·사고 사흘 만에 시신 수습…매몰자 7명 중 3명 사망.
·철골에 팔 낀 채 구조 기다리다 사망…“의식 또렷했지만 접근 어려워”.
·2차 붕괴 위험 속 ‘마지막 구조 시도’…소방대 17명 투입.
·1981년 준공 노후 설비, 해체 중 붕괴…‘복수 타워 취약화’ 논란.
·현장 여전히 불안정…“끝까지 함께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울산=박일우기자] 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또 한 명의 희생자가 수습됐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9일 오전 11시 5분, 구조대는 매몰된 작업자 김모(44) 씨의 시신을 발견해 인양했다. 매몰자 7명 중 3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4명은 여전히 잔해 속에 남아 있다.
김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6일 오후 2시 2분, 60m 높이의 보일러타워 5호기에서 해체 작업을 하던 중 붕괴에 휘말렸다. 구조대는 1시간여 만에 김씨를 발견했지만, 팔이 철골에 끼어 있어 바로 구출할 수 없었다. 당시 김씨는 의식이 있었고 구조대원과 대화를 나누며 “숨이 가쁘다”고 말할 정도로 생존 의지를 보였다. 구조대는 구조물 사이의 틈을 조금씩 넓혀 접근했지만, 얽힌 철근과 위험한 구조물 탓에 작업은 더뎠다.
구조는 결국 새벽을 넘기지 못했다. 7일 오전 4시 53분, 김씨의 호흡이 멎었고, 현장 의료진이 사망을 확인했다. 사고 발생 54시간 뒤, 시신이 수습되자 구조대원 전원이 두 줄로 서서 거수경례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전날 오후에는 현장 붕괴 위험 감지 센서가 작동해 수색이 중단됐다. 강풍과 비로 구조물이 더욱 불안정해졌지만, 소방당국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 판단하고 이튿날 오전 8시 10분 구조대 17명을 투입했다. 소방 관계자는 “6호기의 취약화 작업이 시작되면 진입이 불가능해진다”며 “그 전에라도 끝까지 매몰자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붕과사고
붕괴된 보일러타워는 1981년 준공돼 2021년 가동이 중단된 노후 시설이었다. 이번 사고는 폭파 해체 전 단계인 ‘취약화 작업’ 도중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기를 동시에 취약화하는 방식은 균형 붕괴 위험이 크다”며 “설계와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구조 현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잔해 사이에서 금속음이 들리고 일부 철골은 휘어진 채 위태롭게 서 있다. 구조대는 드론과 열화상 장비를 이용해 남은 매몰자 4명을 찾고 있으나, 지상 접근은 극히 제한적인 상태다.
김씨는 사고 직후 생존이 확인된 유일한 매몰자였다. 구조대원들은 “그의 목소리가 아직 귀에 들린다”며 “끝까지 함께 있었지만 살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때 울산의 전력을 책임졌던 발전소는 이제 검은 잔해로 변했고, 현장에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구조대의 침묵만이 남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