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공존관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심재권 전,국회의원(정당인) 20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호주 모나쉬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아래의 글은 천주평화연합(UPF)에서 9월 18일 개최한 ‘THINK TANK 2022 포럼’(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기조발제)에 패널로 참석하여 발표한 글이다.

‘평화적 한반도비핵화’ 노력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이 먼저 약속을 지켜야-

심재권(전 국회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한반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평화다. 다양한 남북교류와 함께 남한과 북한이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평화공존관계를 발전시켜나가면 남북은 자연스럽게 평화통일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

남북 평화공존관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남, 북, 미 간에 한반도비핵화,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북미대화도, 남북대화도 끊기고 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한 ‘일괄타결’이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압박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추구했던 ‘전략적 인내’와 다르다고 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고 설명한다. 이행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미국은 싱가포르합의에 대한 지지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다고 하며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대화 제의를 ‘미국이 반세기이상 추구해온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구태의연하게 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일축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미국에 대해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강대강, 선대선의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미국과의 무조건적 대화를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접촉으로 표현했는데 제재, 코로나, 수해 등의 어려움을 겪는 북한으로서는 하노이 회담이나 스톡홀름 회담 류를 다시 되풀이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한편 북한의 핵실험 중단, ICBM 실험 중단 등의 선 조치들에 대해 미국의 상응하는 신뢰구축 조치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아무 조건 없이 만나 다시 대화를 나누어보자는 미국의 입장과 미국의 선 신뢰조치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북미관계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로 되돌아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미 간에 대화나 협상은 중단된 채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몰두했고 미국은 점차 더 강력한 제재로 이에 대응했다. 그 결과는 바로 2017년의 군사적 충돌 일보 전에 이르는 북미 간의 관계 악화였다.

북한은 2018년 3월 이래 북한에 대한 군사위협이 제거되고 북한 체제가 위협받지 않는다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비핵화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는 한 북한 안보를 위해 핵무장 고도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세계적인 전략문제 연구 기관인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등은 지난 한해만 해도 북한이 10개 정도의 핵탄두를 늘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LBM 등 미사일 체계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다시 2017년 류의 군사적 충돌 위험이 도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 상황을 타개할 1차적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 현재의 북미대화 중단 책임은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과 싱가포르선언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당연히 이 세 명제의 동시 접근이 전제되고 있었다. 더욱이 싱가포르선언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했다. 그해 4월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중단, ICBM 실험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약속들을 지키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합의 이행도 북미관계 정상화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논의를 앞세우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 약속도 지키고 있지 않다. 고작해야 훈련 규모 축소에 그치고 있다.

현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에게 다음의 세 가지 조치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속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미국이 천명해 싱가포르합의 실천 의지를 보이는 일이다. 방어적 목적의 한미연합훈련 계속 실시가 필요하다면 일단 훈련을 유예하거나 중단하고 한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에서 상호 방어적 목적의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남, 북, 미가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싱가포르 세 합의에 대한 미국의 동시이행계획 예시도 한 방법이다. 싱가포르합의 준수는 ‘평화적인 한반도비핵화’,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을 열어나갈 유일한 길이다.

셋째, 북한이 제재, 코로나, 수해 등으로 겪는 어려움을 감안해 민생과 관련되는 제재의 일시유예나 중단을 미국이 솔선하는 것도 중단된 북미대화를 다시 재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심재권 페이스북 "인간의 존엄과 평화, 한반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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