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8청소년지원단 유명무실, 여성가족부 의지도 미약해 실효성 의문

지난 8월말, 청주의 한 모텔에서 여중생이 급성 알코올 중독 추정으로 사망했다. 9월에는 전남 영광에서 여고생이 남고생들로부터 성폭행당한 후 숨진 채 발견됐다. 비단 이 두 사건뿐 아니라 가출 청소년들이 감금당해 폭행을 당하거나 청소년 탈선의 장소로 이용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모텔이다.

어떻게 청소년들이 이렇게 모텔을 제 집 들락거리듯 할 수 있는 걸까. 여기엔 법과 제도의 허점이 존재하는데 모텔 등 숙박업소는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출입 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개 모텔은 청소년이 당연히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숙박이 가능하고 다만 고용이 금지된 청소년 고용금지업소다. 물론 청소년의 남녀 혼숙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전남 영광의 사례처럼 업주의 눈을 피해 혼숙이 이루어지거나 무인텔 이용으로 빈번한 혼숙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무인텔의 경우 사실상 투숙객이 미성년자인지 성인인지 인증 장치가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모텔에서 청소년들이 폭행당하거나 사망하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연합뉴스TV
최근 모텔에서 청소년들이 폭행당하거나 사망하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연합뉴스TV

따라서 청소년의 숙박업소 이용에 대한 제재나 보완은 단속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의 관심과 숙박업소 업주들의 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해야 한다. 사실 지역사회 내의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연계해서 청소년을 효과적으로 돕고 보호하기 위한 청소년 사회안전망은 이미 존재한다. 이를 지역사회 청소년 통합지원체계 (CYS-net, Community Youth Safety-Net)라 하는데 사실상 있으나마나 하다는 지적이 높다.

여성가족부 소관으로 각 시군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운영하도록 청소년복지지원법상 의무조항으로 규정되어 있는 CYS-net은 운영위원회, 실행위원회, 1388청소년지원단등의 하부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이중 1388청소년지원단은 약국, 병원, PC방, 노래방, 택시, 학원 등 민간의 자발적 참여 조직으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에 숙박업소 업주의 참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기회의도 1년에 고작 2번으로 유명무실하다.

활동이 활발해야 할 조직이 1년에 2회의 점검으로 무슨 지역사회내 청소년안전망 효과를 담보할 수 있을까. 여성가족부가 CYS-net 강화에 소극적이라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필자가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1388청소년지원단을 연 2회 이상에서 최소 4회 이상으로 확대할 것과 여기에 숙박업소 업주들의 참여를 필수화하자고 제안했으나 여성가족부는 ‘1388청소년지원단은 민간의 자발적 참여 조직이므로 참여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답변과 함께 회의 확대에 대해서도 ‘지자체 및 현장 전문가 등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내실 있는 지원단 운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실상 확대 제안에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청소년이 모텔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는데도 그 대책에 있어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점이 필자는 매우 안타깝다. 아동청소년 학대 및 살인 등 강력사건의 잇따른 발생으로 온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지역공동체 상실이 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어 청소년 보호 차원의 사회적 안전망이 더욱 견고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음에도 청소년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앞장서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하기는 커녕 그 자세가 너무 안일한 셈이다.

꽃처럼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이 모텔방 안에서 폭행을 당하거나 술과 담배에 찌들고 사망하는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그저 일부 불량 청소년의 일로만 치부되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말로만이 아닌, 실제로 보호하고 돕는 의식과 시스템이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 무슨 동창회도 아니고 1년에 두어번 모여 입으로 청소년을 걱정하는 그런 식의 사회안전망 조직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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