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안전·경제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답하지 못한 채 밀어붙여지는 거대 프로젝트
[기자의 시선] 가덕도 앞바다에 선 하나의 활주로. 관문공항의 꿈을 품었다는 설계도는 정작 그 꿈보다 먼저 자연과 상식이 밀려나는 풍경을 보여준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조차 침엽수림·활엽수림·해안 절벽, 철새 도래지가 “파괴·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명시했다. 천연기념물 수달과 상괭이가 드나들던 바다, 멸종위기 조류 25종이 머물던 숲, 100년 넘은 노거수 군락까지 사라질 예정이지만, 정부와 추진세력은 “환경 관리 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러나 환경 파괴는 이 논란의 시작에 불과하다. 가덕도 신공항은 설계·규모, 안전성, 정책 절차, 정치적 배경 등 모든 영역에서 의문과 불신을 낳고 있지만, 특별법이라는 이름 아래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지금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선 만큼, 더 냉정한 검증과 공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사업의 출발점은 분명 ‘안전’과 ‘균형발전’이었다. 2002년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의 중국국제항공 129편 추락사고 이후 “부산·영남권에 안전한 관문공항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고, 노무현 정부 시절 ‘동남권 신공항’ 검토가 공식화되면서 밀양과 가덕도가 경쟁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두 후보지를 경제성·환경성을 이유로 백지화했고, 박근혜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최종 선택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총리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에 대해 “근본 재검토”를 결론내리자 부산 정치권과 여당은 즉시 가덕도 카드를 재가동했고,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 특별법을 통과시키며 입지를 못 박았다. ‘안전과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명분 위에 ‘선거와 정치적 계산’이 덧씌워진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초기 여론도 특별법 통과를 곱게 보지 않았다. 2021년 여론조사에서 “가덕도 특별법은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53.6%로 ‘잘했다’(33.9%)보다 월등히 높았다. 정작 당사 지역인 PK에서도 과반이 반대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뛰어넘는 방식, 입지와 절차를 특별법으로 먼저 고정해놓은 방식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이미 깊었음을 보여준다.

설계와 규모 논란은 더욱 뚜렷하다. 인천공항 1단계가 11.7㎢에 활주로 두 개를 설치했던 것과 달리, 가덕도 신공항은 3.3~6.69㎢로 줄어든 부지에 활주로 하나가 전부다. 부산·울산·경남뿐 아니라 대구·경북, 전남 동부권까지 장거리 국제선과 화물 수요를 감당하겠다는 공항이 단일 활주로로 수십 년을 버티겠다는 구상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김해공항조차 수요 예측의 반복된 실패로 포화 상태를 겪었는데, ‘관문공항’이라고 부르면서 확장성에 대한 진지한 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안전성과 지반 안정성 문제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해상~육상~해상이 이어지는 활주로 형태는 국토부 스스로 “전 세계 전례가 없다”고 적어놓았던 구조다. 연약지반, 점토층 심도, 부등침하 등 위험 요인이 계속 제기됐고, 정부는 뒤늦게 자료를 제시하며 “기술로 관리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공사 입찰 과정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84개월 공기로는 안전 시공이 불가하다”며 사업에서 빠져나간 사실은 기술적 난제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뒤늦게 공기를 84개월에서 106개월로, 개항 목표를 2029년에서 2035년으로 수정한 과정은 공항 안전성보다 정치 일정이 우선해 왔다는 비판을 더욱 키운다.

김해공항 존치 문제도 해소되지 않은 모순이다. 부산시는 가덕도는 국제선, 김해는 국내선 전용공항으로 유지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애초 논리의 출발점은 “김해공항은 위험하다”였고, 그래서 “새 관문공항이 필요하다”였다. 위험해서 옮기자고 해놓고, 국내선은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모순적 태도는 정책의 근본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환경 파괴는 평가서가 스스로 인정한 수준이다. 수달·상괭이·저어새·참수리·팔색조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핵심 생태축이 통째로 공사 영향권에 들어가 있고, 매립 예정 해역에서는 해송·게바다말 등 국가보호 해양생물이 확인됐다. 100년 넘게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림이 사라지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탄소중립 시대에 새로운 해상공항을 짓는 것이 정당한 선택인지 묻는 질문에 정부는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
특별법 체제의 문제는 더 구조적이다. 가덕도 특별법은 입지와 절차를 법으로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예비타당성조사, 사전타당성 조사, 공항개발 종합계획 등 국가 기반시설의 기본 절차를 사실상 뛰어넘었다. 정책이 데이터와 절차가 아닌 정치적 합의와 선거 일정으로 좌우된 대표적 사례다. 이 방식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어느 지역이든 “우리도 특별법을 달라”고 요구하게 되고, 국가 인프라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과 계획 시스템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가 진짜로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김해공항의 안전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정말 가덕도인가. 활주로 하나(1본)로 ‘관문공항’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환경·안전·경제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설계가 가능한가. 김해공항 존치와 군 공역 재편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이 거대사업을 정치가 아닌 과학·데이터·절차에 기반해 다시 검증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는가. 어느 하나도 명확하게 답을 듣지 못한 채, 사업은 이미 ‘되는 방향’으로만 질주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단순히 부산의 숙원사업이 아니다. 이제는 특별법까지 만들어 국가가 책임을 떠안은 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밀어붙이겠다”는 정치의 결기가 아니라, “이대로 가는 것이 맞느냐”는 사회적 양심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지반 안정성, 경제성 자료를 전면 공개하고, 김해공항 존치 여부와 영남권 항공정책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토지 보상·투기 의혹에 대한 투명한 조사와 원주민·어민에 대한 공정한 대책 역시 필수다.
공항은 한 세대가 아니라 두세대를 내다보는 국가 인프라다. 수달과 상괭이가 오가던 바다, 멸종위기종이 깃들던 숲을 밀어버리고 세우는 활주로 위에 드리울 비행기의 그림자가 후대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인지, 이 질문에 아직 누구도 책임 있게 답하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다시 묻는 일이다. 정말 이 방식이 옳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