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성의 개탄

#1

안젤리크(Angelique)는 2016년에 선보인 프랑스 영화다. 루이 14세가 왕위에 오른 1661년 프랑스가 무대이다. 아름답고 당찬 매력의 여인 안젤리크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큰 빚을 지고 위기에 처한 가문을 위해 자신의 희생한다.

막대한 부를 가졌지만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페락 백작과 정략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원치 않은 혼인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마치 운명처럼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부부 소설가 세르잔느 골롱이 1956년 첫 출판한 대하 역사 로맨스 소설을 모티프로 했다. 안젤리크는 출중한 미모를 가진 지방 소 귀족의 딸이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절름발이인 조프리 드 페이락 후작과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조프리의 지성과 성품을 차츰 알게 되면서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금광까지 지닌 조프리의 막대한 재산을 탐낸 왕의 흉계로 인해 조프리는 화형을 당하게 되고 재산은 전부 몰수당한다. 사랑하는 아이들마저 걸인으로 전락하는 모습에서 안젤리크는 절망한다.

한 사람의 증오와 흉계가 어떤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증스러운 현상은 영화의 무대인 중세가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어떤 진행형의 ‘아니면 말고’의 표리부동한 탁류(濁流)이다.

#2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11월 24일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마지못해 자신이 경거망동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의혹을 처음 언급한 첼리스트 A씨가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는 수 없이 내뱉은 군색한 변명으로 보였다. 김 의원은 앞서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협업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과 함께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진상규명을 위한 당 차원 TF를 꾸리자며 화력을 보탰다. 그러나 해당 술자리 자체가 허위인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김 의원은 물론, 민주당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청담동 술자리를 봤다는 당사자가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며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께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의혹 제기가 중대한 국정 사안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같은 질문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서 ‘말인지 막걸리인지’ 국민은 더욱 헷갈린다. 이에 더욱 분개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한동훈 장관은 김 의원을 향해 “사과할 필요가 없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3

상식이겠지만 정치인이 무언가를 주장하려면, 그것도 ‘폭로’라고 한다면 응당 그에 부합되는 증거를 제시하는 게 순서다. 그것도 명색이 언론인 출신이라고 한다면 두말한 나위조차 없다.

김의겸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 당시의 정부 기조와도 다르게 서울 흑석동 상가를 구입해 '흑석선생'이라는 수치스런 오명(汚名)을 얻은 바 있는 인물이다.

레드라인을 넘은 흑석선생의 잇따른 ‘아니면 말고’ 식의 그야말로 막가파식 비난과 비판 공세를 보면서 20여 년 동안이나 신문사 기자를 지냈다는 그의 지난 이력을 의심케 된다.

같은 기간 비록 시민기자를 경험한 필자지만 흑석선생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필자의 미담 보도 덕분에 곧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는 인터뷰이가 그 증명이다. 이중성의 개탄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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