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애도합니다

이태원 참사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이태원 참사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사람은 불과 한 치 앞조차 가늠하지 못한다.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지난 10월 29일은 토요일이었다. 당일 필자는 다섯 군데의 취재를 하느라 새벽부터 바빴다.

‘2022 대청호 오백 리 길 걷기대회'에 이어 대전시청 남문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제11회 일류도시 대전 NGO 시민축제’를 카메라에 담았다. 칼국수로 점심을 대충 해결한 뒤엔 서구문화원 앞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보라매 문화 산책 축제’를 취재했다.

이어 두 곳에서 더 인터뷰한 후 귀가하자마자 파김치가 돼 나가떨어졌다. 그리곤 기사를 쓰려고 습관처럼 이튿날 새벽 4시경 일어났다. 뉴스가 온통 ‘핼러윈 참사’로 도배되어 있었다. 너무 경악하여 정신까지 아찔했다.

어째 또 이런 일이...!! 핼러윈(Halloween)은 만성절(萬聖節) 전날인 10월 31일에 행해지는 축제이다. 새해와 겨울의 시작을 맞는 날로, 아이들은 괴상한 복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얻어먹는다.

고대 켈트 민족의 풍습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만성절’은 그리스도교의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모든 성인의 축일’이라고도 한다. 그 전야인 핼러윈은 새 불을 피우는 날로서 성대한 화제(火祭)가 행하여졌다.

농민은 불을 피워서 선조의 영을 인도하고 악마를 쫓았다. 이를 우리나라에 비교하면 정월대보름 행사쯤 되는 셈이다. 따라서 해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비판하거나 폄훼하는 건 옳지 않다.

어쨌든 ‘핼러윈 참사’는 순식간에 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부상자를 남기며 우리의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에 다시금 경종을 울렸다. ‘핼러윈 참사’에서 우리는 새삼 ‘하인리히 법칙’를 발견하게 된다.

1920년대에 미국의 어떤 여행 보험 회사의 관리자였던 허버트 W. 하인리히는 7만 5,000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아주 흥미로운 법칙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1931년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산업 안전에 대한 <1 : 29 : 300 법칙>을 주장했다.

이 법칙은 산업재해 중에서도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상처를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확률로 환산하면, 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고의 발생 확률은 90.9%, 경미한 재해의 발생 확률은 8.8%, 큰 재해의 발생 확률은 1%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즉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 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발견해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초기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주변에서도 쉬이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러시아워 때 콩나물시루가 된 시내버스가 내리막길에서 급정거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치자.

이런 때,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승객은 순식간에 앞으로 쏠리면서 제2의 ‘이태원 포비아(phobia)’ 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공포증’을 의미하는 포비아는 사실 우리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콜 포비아(call phobia)는 보이스피싱처럼 전화로 음성 통화를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증세를 말한다. 케모포비아(chemophobia)는 화학 제품에 대해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증세이다.

아무리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 할지라도 철저한 대비로 다시는 ‘이태원 포비아’가 발생해선 안 된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질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