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와 기자의 차이

어제도 대학원 특강 수업이 유익했다
어제도 대학원 특강 수업이 유익했다

매주 금요일은 참 반갑다. 뒤늦게나마 대학원에서 만학을 향유하기 때문이다. 어제도 퇴근 즉시 목욕하고 대학원에서 마련한 현장 탐방 특강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새삼 느낀 건, 우리가 사는 세상엔 숨어있는 강호(強豪)가 엄청나다는 사실의 발견이었다. ‘강호’는 실력이나 힘이 뛰어나고 강한 사람, 또는 그런 집단을 일컫는다. 그런데 보편적으로 이들은 웬만해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특강이라든가 따위의 특별한 경우라면 또 몰라도. 여하튼 어제의 특강에서 나는 다시금 강사의 ‘숨어있던 진주’ 면모를 발견했다. 아울러 지난 시절, 암울하여 별의별 생각과 행동까지 불사했던 철부지(?) 즈음까지 되새김하는 동인(動因)의 계기에도 근착(根着)하게 되었다.

당시는 엄연히 레몬시장(Lemon market)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시장을 탄탄대로의 ‘보랏빛 시장’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래서 참패했다. 좌절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그 고통의 시절을 어찌 견뎠을까!

지금 생각해도 엄동설한에 새벽부터 알몸으로 집 밖에 쫓겨난 오줌싸개 아이처럼 오싹하다. ‘레몬 시장’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George Arthur Akerlof) 교수가 창안하여 널리 알려졌다.

레몬(lemon)은 과일이지만 워낙 시기 때문에 그냥 먹기 보다는 주로 식재료로 사용된다. 이와 비슷한 것이 우리나라의 개살구이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속담처럼 ‘가깝되 먼 당신’이다.

이를 사자성어로 풀이하면 유명무실(有名無實) 또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음을 뜻하는 화이부실(華而不實)쯤 된다. ‘레몬 시장’의 또 다른 일면은 중고차를 구매할 때도 발견된다.

일부 악덕 업자가 차량의 결함을 모조리 숨기고 속이며 온갖 감언이설로 판매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금옥과 헌솜’이라는 뜻으로, 겉은 화려하게 꾸미었으나 속은 추악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금옥패서(金玉敗絮)에 불과하다.

하여간 토요일은 오늘은 무려 다섯 곳으로 취재를 간다. 어제 수업 중에도 전화와 문자로 세 건의 취재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내가 머리털을 한웅큼 뽑아 순식간에 분신술로 많은 자신을 만드는 손오공이 아닌 이상 그럴 순 없기에 정중히 사양했다.

취재원(取材源)에서 나를 찾는 까닭은 돈이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 왜? 나는 아직 ‘레몬 시장’의 기자이자 작가이기 때문이다.

암울했던 코로나 시절이 일부나마 해금되면서 가수들의 활동무대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톱 가수의 출연료는 1회 공연에 자그마치 수천만 원이나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지금의 나는 취재를 하고도 여전히 무일푼이다.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조만간 출간 예정인 다섯 번째 저서의 소위 ‘대박’이다. 레몬 시장과는 사뭇 다른 ‘황금빛 시장’을 오매불망 학수고대하며 나는 오늘도 새벽부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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