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서존(人空書存) 소고

내 책도 반드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리리라!
내 책도 반드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리리라!

어제도 서점을 찾았다. 책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안 먹어도 배가 잔뜩 불렀다. 그렇다. 이 맛에 서점을 찾는다. 예상대로 <베스트셀러> 코너에 사람이 몰렸다.

‘내 책도 반드시 저기에 올려야지!’라는 각오와 다짐이 다시금 샘솟았다. 20년 경력의 시민기자 경력인 글품쟁이(글 쓰는 데에 드는 품이나 노력을 파는 사람)로서는 당연한 바람이었다.

때때로 서점에 가는 이유는 자명하다. 요즘의 세인들 독서 취향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그걸 알아야 앞으로 출간할 저서의 올바른 ‘등대(燈臺)’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책을 한 권 산 뒤 설치된 컴퓨터 검색으로 나의 저서를 찾아봤다.

서점에 가득한 책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서점에 가득한 책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역시 있었다! 검색만으로도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차라리 희열(喜悅)이다. 이 맛에 책을 쓴다. 아니 ‘만든다’는 말이 타당할 듯싶다. 책을 한 권이라도 내 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출간(出刊)의 길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를.

나는 사람을 만날 적마다 독서를 강조한다. 더불어 책을 내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십중팔구 이런 대답이 나온다. “나 같은 사람이 감히 무슨 책을...” 하지만 그 말은 정말 진실일까?

아무리 세월이 흐를지라도 남는 건 사람이 아니라 책이다. 그 유명한 사기(史記)가 지금껏 인구에 회자되는 까닭은 중국 한나라의 사마천(司馬遷)이 상고(上古)의 황제로부터 전한(前漢) 무제까지의 역대 왕조의 사적을 엮은 역사책이기 때문이다.

그가 치욕의 궁형을 당하고도 사기의 집필에 몰두했던 것은 ‘인공서존’(人空書存)의 가치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죽어 없어져도(空) 책은 남는다(存)는 의미로써 내가 작위적으로 만든 신판(?) 사자성어다.

필자의 책이 ‘재고 있음’으로 검색되어 반가웠다
필자의 책이 ‘재고 있음’으로 검색되어 반가웠다

그럼 그 옛날, 사마천이 당했다는 궁형(宮刑)의 정체는 뭘까? 이는 과거 중국에서 행하던 오형(五刑) 가운데 하나이다. 한 마디로 죄인의 생식기를 없애는 형벌(刑罰)이다.

사형(死刑) 다음의 무거운 형벌(刑罰)인데 자손(子孫)을 끊어 버릴 의도에서 남자는 불알을 까고 여자는 음부(陰部)를 유폐(幽閉)하여 버렸다고 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여하튼 사마천이 그러한 치욕을 당하고도 당당했던 것은 사기의 집필을 반드시 완성하겠노라는 남다른 절치부심(切齒腐心)의 각오와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각양각색,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어울리고 있다.

그 가운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책을 한 권도 못 쓴 사람과 쓴 사람을 구분한다면 어찌 될까. 당연히 전자에 무게가 쏠릴 것이다. 오늘, 출간과 관련하여 지인을 만난다. 나는 그에게 다시금 “책은 제2의 성공 명함이다”라는 사실을 강조할 것이다.

대전복합터미널 동관의 ‘영풍문고’
대전복합터미널 동관의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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