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더 슬펐다

목화는 수확 때도 흰색이 평화를 선사한다
목화는 수확 때도 흰색이 평화를 선사한다

목화 나무에서 목화(木花)를 딴다

불볕더위는 땀을 비 오듯 적삼을 적시고 눈물까지 앞을 가린다

그러나 어머니 손길은 여전히 분주했다

시집가는 애지중지 내 딸내미 포근히 덮고 잘 이불을 만들 거라서

 

세월은 여류하여 그 어머니는 이제 할머니 됐다

한가위 맞아 친정을 찾았더니 어머니가 안 보인다

올케 말이 어머니 발길은 여전히 목화밭에 계신단다

 

엄마~ 나 왔어요

하지만 귀먹은 울 엄마, 아니 할머니는

딸이 손목을 잡고서야 비로소 인기척을 느끼신다

“근데 댁은 뉘슈?”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제어할 수 없었다

목화밭 둔덕에 퍼질러 앉아 한참을 울었다

시집가면 죽어서도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어머니

그 어머니는 대체 어디로 가신 건가요?

이 정도 목화면 이불 두 채는 만들 듯싶다
이 정도 목화면 이불 두 채는 만들 듯싶다

남진(가수)은 ‘목화 아가씨’에서

뱃고동이 울 때마다 열아홉 설레이는 꽃피는 가슴이라고 했거늘

울 엄마의 그 풋풋했던 청춘은 대체 누가 강탈한 거야!

 

엄마가 펑펑 우니 동행한 딸이 달려와 함께 눈물을 훔쳤다

엄마~ 이제라도 우리가 할머니 모시고 살면 어떨까요?

 

치매에 걸린 목화 할머니는

여전히 두 사람이 의아스럽다는 듯 눈길이 제법 독해 보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더 슬펐다

목화꽃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아름답다
목화꽃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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