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생각한 까닭

‘천사의 나팔’은 거꾸로 피는 꽃이라서 눈에 금세 포획된다
‘천사의 나팔’은 거꾸로 피는 꽃이라서 눈에 금세 포획된다

오랜만에 지인과 통화를 나눴다. 날씨와 건강을 먼저 화두로 꺼냈다. 이어 근황을 물었다. 기존에 하던 사업 외에 출판사까지 차렸다고 했다.

작금 심각한 불황은 출판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의 장기화는 가뜩이나 경영난에 처했던 많은 출판사를 격침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데 사업가이자 문인이기도 한 지인은 무엇이 부족했길래 출판사까지 만들었을까.

“우선 제 명의의 두 권의 책을 내려고요.” 지인은 이미 두 권의 저서를 발행한 바 있다. 거기에 두 권이 추가되면 나처럼 4권의 저서를 가진 작가가 되는 것이다. 부러웠다.

나는 언제가 돼야 저 지인처럼 내 맘대로 뚝딱 저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내가 발간한 저서 중 두 권은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이 출판사 권선복 사장님 또한 나처럼 걸작(?)이자 기인(奇人)이다.

권선복 저자는 자신의 책을 세상에 내고 싶다는 작은 일념 하나로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었다. 하지만 쉬이 책을 내겠다는 출판사는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출판사를 경영해 보자.’라는 생각 끝에 도서출판 행복에너지를 창립하게 되었다.

현재 도서출판 행복에너지는 설립 11년 만에 1,000여 종에 달하는 도서를 출간한 중견 출판사로 성장했다. 최근『하루 5분 나를 바꾸는 긍정훈련 - 행복에너지』의 2022년 새 개정증보판을 낸 권선복 사장님은 지금도 출판 외 강사와 유명 인사로 전국을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작가 스스로가 긍정의 힘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뤄낸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통화 말미에 지인이 물었다.

‘천사의 복음’으로 신간이 베스트셀러가 되길 발원했다
‘천사의 복음’으로 신간이 베스트셀러가 되길 발원했다

“홍 작가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글과 책만 써서는 밥 먹기도 힘들어서 공공근로 나갑니다. 한데 그마저 10월 말이면 끝나네요. 재취업을 해야겠는데 꼰대라고 써주는 데가 없어 걱정입니다.” “... 조만간 밥이나 한번 먹읍시다.”

내가 일하는 근무지에 ‘천사의 나팔’이 꽃이 격정적으로 피었다. ‘엔젤 트럼펫’이라고 부르는 천사의 나팔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라고 했다. ‘덧없다’는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지나가는 시간이 매우 빠르다는 뜻이다.

보람이나 쓸모가 없어 헛되고 허전하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한마디로 ‘덧없는 세월’이라는 거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내가 생애 첫 저서 [경비원 홍키호테]를 출간할 당시, 나는 무려 440번이나 되는 도전 끝에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와 만나는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그때의 고마움이 인연이 되어 지금껏 의리를 견지하고 있다.

재력까지 넉넉하여 출판사까지 차렸다는 지인과 달리 나는 여전히 배고픈 전형적 작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야심 찬 다섯 번째 저서의 출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천사의 나팔을 사진에 담으며 기원했다.

‘나는 거꾸로 핀 너를 보면서 너의 꽃말 의미 역시 거꾸로 생각했단다. 예컨대 ‘덧없는 세월’이 아니라 다섯 번째 나오는 신간은 반드시(!) ‘더없다’의 베스트셀러로 만들 거야! 왜? 나는 당연히 그럴 능력과 자격까지 갖추었거든. 알겠니?’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천사의 나팔은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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