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

오늘 집으로 도착한 각종 간행물들
오늘 집으로 도착한 각종 간행물들

= “살다 보면 알게 돼 일러주진 않아도 / 너나 나나 모두 다 어리석다는 것을 / 살다 보면 알게 돼 알면 웃음이 나지 / 우리 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 지 / 잠시 왔다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 갈 세상 / 백 년도 힘든 것을 천 년을 살 것처럼 /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없단 것을 ...” =

나훈아의 히트곡 ‘공’(空)의 가사이다. 빌 ‘공’이라는 제목으로 보아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로 허무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다 알다시피 ‘공수래공수거’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재물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어디 그런가. 죽을 때까지도 재물을 한 푼이라도 더 늘릴 요량에 노심초사하는 게 거개 군상(群像)들의 일반적 초상인 것을. 여하튼 뜬금없이 나훈아 노래를 초대한 것은 이 노래의 가사 중에서 ‘살다 보면 알게 돼’라는 부분을 차용하기 위함이다.

2019년 1월 4일 자 C일보에 내가 보낸 글이 [<독자 ESSAY> 초졸 출신 ‘글 쓰는 경비원', 새해 목표는 성공학 강사]로 게재됐다.

이 글을 읽으시고 불원천리(不遠千里) 나를 찾아오신 분이 계셨다. “홍 작가님이 쓰셨다는 책을 구입하여 읽어봤습니다. 중학교도 못 가셨다는 분이 어쩜 그렇게 글을 잘 쓰세요?” “면구스럽지만 만 권의 책을 본 덕분입니다.”

“와! 만 권이나요?” 중국 당나라 중기의 관리이자 문인이었던 두보(杜甫)는 “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讀書破萬卷, 下筆如有神)이라고 했다. ‘책 만 권을 독파하면 글쓰기가 신의 경지에 오른다’는 뜻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정도 경지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무튼 당시 나를 찾아오신 분은 내가 디딤돌 역할을 해드림으로 하여 결국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되었다.

사진은 오늘 우편으로 도착한 각종의 간행물 9종이다. 나는 이러한 간행물에서도 글을 쓸 수 있는 소스를 반드시 찾아낸다. 소스(sauce)는 서양 요리에서 맛을 돋우기 위하여 넣어 먹는 걸쭉한 액체이다.

하지만 내가 주장하는 소스(source)는 정보 따위의 출처, 또는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를 의미한다. 지금도 이메일이나 카톡, 전화 등으로 글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분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시종일관 똑같다.

“(글을 매일 열심히) 쓰다 보면 알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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