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양적 기반을 조성하여 질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김성찬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김성찬

전남에서는 양적창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양적창업은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다수의 창업자를 배출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이다. 양적창업의 개념은 *양적완화와 유사하며, 정부지원사업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자금을 지역 시장에 공급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 창업자의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창업생태계를 고도화시키며 우수 창업자를 배출함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양적완화는 경기침체로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췄음에도 돈이 돌지 않을 때 발권력을 지닌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내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2020년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은 39,511개사에 이른다. 이 중 23,651개사가 수도권에 있으며, 전체 벤처기업 수의 59.8%에 달한다. 전남은 889개사, 2.2% 수준이다. 벤처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2020년 기준 3조 7,376억원이고 이 중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2조 9,035억원으로, 77.7%가 투입되었다. 전남은 125억원, 0.3%이다. 또한 전남의 창업생태계 활성화율은 전국 대비 1.2% 정도이다. 전남지역 창업생태계가 그야말로 ‘최악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인프라도 수도권으로만 집중되어 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지역 내 창업환경이 척박한 탓에 창업과 기업유치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어 지역경제계의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 지역이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지역의 특성에 맞는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과감한 투자보다는 자유시장의 논리로 기업 스스로가 자생하도록 하여 결실만을 거두려는 안이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중앙정부에서 주도하는 청년창업 정책을 지방정부가 고스란히 흡수하지 못하는 실적 우선주의가 나타나는 것이다. 창업 인프라가 열약한 지방에서의 청년창업은 실패의 확률이 훨씬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이유로 지방 지자체에서는 청년창업 정책을 꺼려할 수 밖에 없으며, 겨우 가능한 실적만 달성하기 위해 중앙정부 요구에 겨우 맞춰주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수행하기 급급하다. 지금이라도 창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의 창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창업정책자금을 더 확보하고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많은 창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또한, 지역의 창업자가 실패를 극복하여 재창업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21년 중기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최근 10년간 전국 시도별 모태펀드 투자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남의 창업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2011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정부 모태펀드 투자액은 총 20조 3251억원이였다. 그 중에서 전남 투자액은 전체의 0.4%인 902억원이였다. 모태 펀드는 정부의 출자금으로 펀드를 결성해 연구개발비 등을 목적으로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 주도 펀드다. 모태펀드의 비중이 낮다는 것은 그 만큼 전남 내 벤처기업들은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밖에 ‘최근 10년간 지역별 엔젤투자 유치 현황’을 보면 같은 기간 전남의 엔젤투자 유치액은 328억원이었다. 전체 엔젤투자 규모가 3조2781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그 비중이 1%에 불가하다. 엔젤투자는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금과 경영 자문을 지원해 기업을 성장시킨 후, 투자 이익을 회수하는 개인 단위 투자다. 지역 벤처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비 확보와 고용 창출 자금을 지원하여 지역 벤처생태계의 활성화와 스타트업 창업 조성을 돕고 있다. 지역 벤처 창업의 주요 투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엔젤투자 비율이 전남은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 내 창업생태가 열악하다 보니, 코로나 19사태 이후 ‘제2의 벤처 열풍’이 불고 있는 시점에서도 전남은 그 열기를 체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전국 광역지자체별 벤처기업확인 기업 수’ 자료를 보면 2021년 6월 기준으로 전국 벤처기업 수는 총 3만 8,193개였다. 그 중에서 전남은 818개(2.1%)에 불과하다. 지자체별 벤처캐피털 현황을 봐도 8월 기준 전국 182개 창업투자회사 중 전남은 단 한 곳도 없다. 창업기획자 역시 총 366개 기업 중 전남은 2개(0.6%)였다.

전남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리 지역의 특성에 맞는 창업생태계를 시급히 조성하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많은 창업자를 발굴 육성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창업과 실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될 수 있도록 재도전 창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다수 창업자의 실패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시 재도전을 통해 보다 더 고도화된 창업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지역에 우수한 창업자들이 보다 많이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에서 양적창업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중앙정부에서 추진해온 정책과 사례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창업한 법인기업이 12만 3천개로, 제 1벤처붐이 일었던 2000년 6만 1천개에 비해 20년 만에 6만 개 이상 증가했고, 그 중 44%인 2만 7천 개가 지난 4년간(2016년~2020년)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창업지원 예산 규모 증가와 관련이 있다. 1988년 82억원에서 2016년 3,766억원으로, 2020년은 8,492억원까지 대폭 증가했으며, 특히 4년 동안 4,726억원이 증가해 지난 20여간 증가분의 60%가 동기간 증가한 것이다.

스타트업 역시 정부의 역할과 기여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2021 아시아 30대 이하 리더’에 한국 스타트업 대표 15인이 포함되었으며 중기부의 창업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은 모두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혁신상을 받은 국내 기업의 대부분이 스타트업으로 2021년에는 22개 스타트업이 ‘CES 혁신상’을 수상해 2019년 5개 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가 지원한 창업기업의 성과 역시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부 지원 창업기업의 매출은 2009년 2억 9,600만원에서 2019년 6억 700만원으로, 고용은 2009년 3.9명에서 2019년 7.1명으로, 지난 10년동안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중기부의 대표 창업지원 사업인 팀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창업기업의 성과가 매우 뛰어났다. 팀스프로그램에서 선행투자를 받은 기업의 절반 이상이 후행 투자를 유치했는데, 후속 투자 규모도 무려 3조 9,000억 원으로 선행투자 2,700억원의 14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창업기업에 대한 관심도를 보면, 창업 관련 키워드가 등장하는 언론기사는 1991년 810개에서 2019년 10만 2,000개로 100배가 넘게 증가했다. 스타트업 스스로 평가하는 창업생태계 분위기도 매년 긍정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55점에서 2020년 71.3점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개선돼 글로벌 기업가정신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공 창업가에 대한 인식은 2016년 60.2점(세계 46위)에서 86.0점(세계7위)으로 개선됐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창업을 망설이는 비율이 2016년 31.5%(세계 22위)에서 2019년 7.1%(세계 1위)로 대폭 개선됐다.

지방정부는 이제라도 우수 창업자만을 발굴하려는 질적창업에서 다수의 창업자가 지역내에서 꿈을 펼치도록 지원해야 한다. 창업자의 생존 경쟁력을 높여 민간주도의 창업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그 성과로 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와 인식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창업 토양에 대한 질적 향상과 성공률을 높이는 일은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실히 부족한 양적 기반을 조성하여 질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함은 당면한 과제이다.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는 창업 인프라와 투자 환경을 남 탓만 하지 말고 스스로 극복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창업이 살아나면 지역 경제와 일자리가 살아난다. 소상공인, 청년창업가, 디지털 전환시대의 주역인 창업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전남이라는 인식으로 역동성 있는 전남의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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