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손명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집어삼킨 상황에도, ‘죄와벌’로 유명한 러시아 문호 토스토옙스키가 한 이 말처럼 사람들은 점차 현재 상황에 적응해 가고 있는듯하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성가셨던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는 자연스러워졌고, SNS에서도 봄나들이 명소보다는 집안에서 재미있게 노는 노하우를 공유한다. 코로나19로 변환 생활패턴은 이제 그다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예전의 개인위생에 무신경하던 내 모습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까지 한다.

코로나로 인한 생활패턴의 변화와 적응이 자연스러워졌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 간극이 메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출판계 화두였던 밀레니엄 세대와 기성세대와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주의, 수평적 의사소통,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대표되는 밀레니엄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발생하는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이미 표면화되고 있다. ‘9시는 출근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이니 최소 10분을 일찍 오는 것이 예의’라고 말하는 상사에게 밀레니엄 세대는‘그럼 퇴근도 10분 전에 해도 되나요?’라고 되묻는 모습은 이제 드라마나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2019년 취업중계사이트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입사 1년 차에 퇴사한 신입사원 비율은 48.6%에 달한다. 2010년 통계수치 15.7%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취업 절벽시대에 어렵게 취업문턱을 넘은 신입사원들의 2명 중 1명이 1년 이내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얘기다. 신입사원 이탈 현상은 취업당사자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다. 지출하지 않아도 될 예산과 사업추진에 투입되어야 할 인력이 인재채용과 교육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것이다.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지출이다.

문제는 세대갈등이다.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강조하며 조직에‘적응’하길 바라는 기성세대와 수평적인 소통을 중시하며 ‘합리’를 바라는 밀레니엄 세대와의 갈등을 이미 예견된 것일 수도 있다.

필자가 속해있는 기관도 공공기관 특성상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퍼져있다.  상사에 누가되냐에 따라 부서전체 분위기가 바뀌고 성과가 달라진다. 매년 실시되는 인사이동에서 형식과 예의, 권위를 중시하는 소위 ‘꼰대’가 상사가 되는 해에는 힘든 회사생활이 시작된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상 앞서 언급한 48.6%에 해당하는 1년 이내 퇴사자는 드물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적응’ 에 익숙하다. 처음에 불편하고 어렵던 상사와의 회사생활도 한두 달 지나면 적응이 된다. 상사가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기 위해 30분 일찍 일어나고,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점심 메뉴는 물론 일과시간 이후나 주말에서 상사의 일정을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코로나19 상황의 마스크처럼 그게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진다. 어쩌면 이것이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고 있고 밀레니엄 세대는 사회의 핵심 소비계층이자 생산계층이 되어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트렌드가 바뀌는 것이다. 사회가 바뀌는 만큼 조직도 바뀌어야 한다. 회의시간 내내 자기 의견만 주장 하는 상사, 자기의 경험만을 믿고 아랫직원이 무조건 바뀌길 바라는 상사의 모습은 이제 바람직한 사회생활 선배의 모습이 아니다.
 
공익광고협의회는 얼마 전부터 소통과 상호존중의 문화형성을 위해‘말이 통하는 사회, 듣기에서 시작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로듣고 소통하는 사회의 중요성을 정부도 알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80~90년대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던 기성세대가 이제는 밀레니엄 세대의 말이 귀를 기울여야하지 않을까? 기성세대에 적응해가는 밀레니엄 세대의 모습이 아닌 시대와 사회에 맞게 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 기성세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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