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해리 S. 트루먼은 제33대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 좌우명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였다.

이 글을 써서 명패에 담아 그의 책상 위에 놓고 매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부통령 임기 도중,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바람에 제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 부통령이 된 지 단 82일 만에 미국의 33대 대통령이 되었다.

재임 당시에는 미국 역사에 손꼽히는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쟁 영웅인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에 가려 평범한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렇지만, 제2차 세계 대전 말기에서 냉전기로 이어지는 급격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냉철한 판단력으로 전후 세계의 질서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고평가 되고 있는 대통령 중 한 명이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생존에 크게 기여한 미국 대통령인데, 그가 바로 6.25 전쟁 당시 미군을 파병해 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의 대통령들과 달리 시골에 해당하는 미주리주 출신이며, 미국 역사상 최후의 고졸 대통령이다. 반면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20세기 미국이 낳은 대표적인 이론 물리학자였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도 유명했던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인류 최악의 발명품으로 핵무기를 뽑는 사람이 많다. 인류사를 핵무기 사용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핵무기는 인류에게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1945년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처음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이를 개발한 과학자들조차 아뜩해 했다.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 상자를 열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이다. 이 두 사람은 핵무기가 출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인슈타인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원자폭탄 제작 실현 가능성을 알렸고, 오펜하이머는 로스앨러모스 연구소(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창설된 미국 정부 기관)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실제로 원자폭탄을 제작해 냈다.

이뿐 아니라 그는 일본에 원폭 투하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이 일로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는 평생토록 부채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

어쨌든 트루먼의 결단력 덕분에 우리나라는 공산화를 피할 수 있었고 오펜하이머 덕분에 일본도 항복할 수 있었다. 이를 따지고 보면 ‘反 이란격석’ 쯤의 교훈이 되는 셈이다.

이란격석(以卵擊石)은 달걀로 돌을 친다는 뜻으로, 아주 약한 것으로 강한 것에 대항하려는 어리석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때론 이런 당돌함이 일반적 상식을 이길 수도 있다.

역사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책도 마찬가지다. 특히 책은 위에서 열거한 고졸 트루먼과 하버드대 출신 오펜하이머와의 어떤 격돌(激突)과 같은 파찰음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로지 잘만 쓰면 된다. 다부진 결단력이 내재(內在)한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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