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5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집회 열려
영하 15도를 웃도는 살인적 추위속에서 시민, 학부모 등 300여명 참석

시민단체 회원들과 시민, 학부모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이영일 기자
시민단체 회원들과 시민, 학부모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이영일 기자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친 21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저지해야 한다는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학생인권법과 청소년 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이 주최한 이번 집회에는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시민, 학부모 등 300여명이 참가해 매서운 추위가 무색했다.

시민, 학부모 300여명 맹추위속에서도 "인권은 폐지할 수 없다" 함성

공대위는 “학생인권조례가 보수 정권의 정치선동과 서울시의회 여야의 정치적 야합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의회는 더 많은 학생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도 “인권은 폐지할 수 없다”며 서울시의회를 비판했다. 애당초 학생인권 폐지를 추진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갔었지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사실상 이에 동조하면서 그 비난은 서울시의회 자체로 쏠렸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이에[ 동조하는 입장 모두 반지성과 반교육의 극치”라고 강도높게 서울시의회를 비판했다. ⓒ 이영일 기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이에[ 동조하는 입장 모두 반지성과 반교육의 극치”라고 강도높게 서울시의회를 비판했다. ⓒ 이영일 기자

발언에 나선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은 근거도 미약하고 그저 억지”라면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이에 동조하는 입장 모두 반지성과 반교육의 극치”라고 강도높게 서울시의회를 비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인 임원정씨는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제로섬이 아니다”라며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신이 존중받는 경험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가치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회에는 문화공연도 이어졌다. 민중가수 지민주씨는 참가자들이 든 LED촛불을 보고 “날이 너무 추운데 이렇게 촛불을 든 모습을 보니 너무 따뜻하지만 사실 하나도 안 따뜻하죠?”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출발해 행진하며 학생인권 폐지 반대를 외쳤다. ⓒ 이영일 기자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출발해 행진하며 학생인권 폐지 반대를 외쳤다. ⓒ 이영일 기자

집회 참가자들은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 추위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촛불과 피켓을 들고 ‘학생인권 폐지 반대’를 외쳤다. 되려 참가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나는 분위기였다.

서울시의회를 지날때는 의회 건물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즉각 중단하라”고 항의했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시의회 앞으로 돌아와 함께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 자리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참석해 참가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학생인권조례를 꼭 지키겠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 이영일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학생인권조례를 꼭 지키겠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 이영일 기자

한편,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은 지난 18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집행정지 신청 인용이 걸려 현재 폐기 위기는 넘긴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비상설위원회인 인권·권익향상특별위원회가 조례 폐지법안 상정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조례 폐지안을 누가 발의했는지, 어떤 내용인지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일었다.

서울시의회 인권권익향상특별위원회는 22일 오전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다시 안건으로 제출했다. 조례 폐지안 수리와 발의가 무효라며 시민단체가 제기한 소송은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이 아직 진행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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