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영하 20도, 독서로 극복한다

“한야객래차당주(寒夜客來茶當酒) 죽로탕비화초홍(竹爐湯沸火初紅) 심상일양창전월(尋常一樣窓前月) 재유매화편부동(才有梅畵便不同)” ->

이는 송나라 시인 두뢰(杜耒)의 ‘추운 밤’(寒夜)이라는 한시다. ‘추운 밤에 손님 와서 차로 술 대신하니 빨갛게 불이 피자 죽로에서 찻물 끓네 창 앞 달은 평소 보던 바로 그 달이나 갓 피어난 매화 몇 송이 이전과 다르네’라는 뜻이다.

밤늦은 시각에, 그것도 아주 추운 겨울밤에 가까운 벗이 찾아왔다면 의레 술을 내어야 할 터이다. 또한 한겨울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왔으니, 몸을 데우는데 술만한 게 또 있으랴. 하지만 주인장은 술이 아닌 차를 냈다.

가난한 선비의 집에 술이 항상 있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돈이 많이 드는 술 대신 차를 대접한 것이다. 어제부터 급강하한 기온은 행인들을 급속도로 위축시키며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20도에 육박했다.

어제도 송년회가 있어 밤 열 시가 넘어 끝났다. 얼추 고주망태가 되었다. 귀갓길은 시내버스마저 연착되어 더욱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겨우 귀가하는데도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위에서 추위와 연관된 한시를 한 편 맛보았으니, 겨울과 연관된 한시를 하나 더 소환한다. 이규보(李奎報, 1168 ~1241)의 작품 ‘설중방우인불우(雪中訪友人不遇)로써 ’눈 속에 찾아간 벗을 못 만나고‘라는 제목이다.

“설색백어지 거편서성자(雪色白於紙 擧鞭書姓字) 막교풍소지 호대주인지(莫敎風掃地 好待主人至)” -> 이는 ‘쌓인 눈이 종이보다 더 희길래 채찍으로 내 이름을 써놓고 가니 바람이 눈 위에 쓴 글씨 지우지 말아 주인이 올 때까지 남았으면 좋으련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오늘처럼 눈이 쏟아지는 날 보고픈 벗을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집 앞에 쌓인 눈 위에 당나귀 채찍 끝으로 자신의 이름을 써서, 왔다 감을 알린 것이다.

오늘은 아들과 딸네가 집에 왔다. 급강하한 날씨가 우려스럽고 손자들의 건강을 염려하여 오지 말라고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아들이 산 소고기 정식으로 점심을 푸짐하게 먹은 뒤 집 근처의 스타벅스에 갔다.

손자와 손녀는 준비해 온 책을 함께 보면서 어찌나 다정다감하던지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행복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하면 장점이 많다.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책은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담은 매체로,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음은 독서의 부수적 혜택이다.

논리적인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언어 능력 향상도 책을 많이 읽으면 나타나는 장점이다.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아들과 딸도 어렸을 적부터 나는 책을 가까이하도록 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노력했다. 위에서 소개한 두 편의 한시에는 가난한 선비가 등장한다. 평소 책을 많이 읽어서 언어 능력 향상과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 쌓기, 자기 계발을 넘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세우고 달성할 수 있다면 훗날 결코 가난한 선비는 되지 않을 것이다.

두 손자가 제 엄마 아빠를 닮아 미래의 동량이 되길, 그래서 가난한 선비보다 풍족한 벼슬아치, 기왕이면 청렴결백한 관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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