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따스함의 인향만리 거인”

= “지하철 타고 유성으로 장 구경 갔다 남편과 이천 원짜리 잔치국수를 사 먹고 시장을 돌다가 빗방울 들이치는 장바닥에서 두툼하고 바삭한 녹두전 한 장에 마음이 즐거워진다

딱히 살 것도 없어 장을 한 바퀴 돌아 나오려는데 시장 끄트머리에 산나물 한 무더기 풀어놓고 끄덕끄덕 졸고 있는 할머니 주인 못 찾아 시들해진 나물이 걸음을 붙잡는다 할머니 이거 몽땅 얼마예요

그냥 만 원에 다 가져가유 내가 산에 가서 뜯은 거니께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주는 할머니 손톱이 까맣게 물들었다 묵묵히 장바구니 들고 따라오던 남편 선뜻 이만 원을 꺼내 드린다

어르신 저기서 국수 한 그릇 들고 가세요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만 원의 따뜻함에 꽃샘바람이 차지 않다“ =

명불허전의 작가이자 시인이며, 시 낭송가이자 화가이기도 한 다방면의 명실상부 여장부인 문학박사 노금선 시인이 낸 [기억 어디쯤 심어 놓은 나무] 책의 P.72~73에 등장하는 <만 원의 행복>이다.

저자의 아름다운 성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저자는 유성 5일장에 갔다가 이 시를 썼지 싶다. 100년 전통의 자랑스러운 대전의 문화이자 자랑거리였던 대전 유성 5일장이 보존과 재개발 기로에 서있다.

[제1회 시 낭송 콘서트 _ 노금선의 겨울 이야기 _ 시와 음악 그리고 이야기의 만남]이 12월 14일 17시부터 열렸다. 충남 금산군 복수면 지량리 104 뮤지엄 B 특별 홀에서 열린 이 행사는 실버랜드 노금선 원장이 평소 절친한 지인과 문인들 40여 명을 엄선하여 초대했다.

처음 시 <차를 끓이며>와 두 번째 <꽃 멀미>, 세 번째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은 노금선 시인이 무대에 올라 특유의 아름다운 미성으로 객석을 매료시켰다. 위에서 소개한 노금선 시인 작품 <만 원의 행복>은 네 번째로 이경숙 대전 시 낭송가 협회장이 낭송했다.

다섯 번째 <가을 강> 시 낭송에 이어 여섯 번째는 신옥재 시 낭송가가 <신옥재의 노래가 있는 밤>으로 분위기를 흥겨움으로 치환했다. 이어 이채유 아나운서는 <11월엔 바람 소리도 시를 쓴다>를 낭송했으며 노금선 시인은 여덟 번째 시 <가난한 이들에게>로 화답했다.

아홉 번째로 무대에 오른 강해인 시인은 <안개 역>으로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뽐냈다. 마지막 무대는 노금선, 이경숙, 강해인, 신옥재의 환상적 4인조 협연으로 더욱 거세지는 겨울비마저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날 축사는 김명수 시아북 대표와 노금선 시인의 중학교 동창인 이춘실 님, 도완석 대전아트포럼 대표, 노금선 시인께서 특별히 아낀다는 박춘자 님이 해주셨다.

때아닌 겨울비가 폭우 수준으로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참석한 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노금선 시인은 누구도 추월할 수 없는 열정과 따스함으로 무장된 진정한 인향만리(人香萬里)의 거인(巨人)”이라고 칭찬했다.

참고로 ‘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花香白里 酒香千里 人香萬里)라는 말은 꽃의 향기는 백 리 가고 술 향기는 천 리를 가며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뜻으로, ‘사람과의 인연이 가장 소중하다’는 뜻으로 인연의 깊이를 다룬 한자어이다.

좋은 시는 사람에게 위로와 평안의 시간을 선물한다. 그래서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시란 백 줄의 산문을 한 줄로 압축하는 것”이라고 했던 것이리라.

행사를 성대하게 마친 노금선 시인은 “오늘 제1회 시 낭송 콘서트, 노금선의 ‘겨울 이야기’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춘하추동으로 구분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맞은 최고의 시 낭송 콘서트를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노금선 원장은 문학박사이자 시인이고 수필가이며 시 낭송가이자 화가로 2000년 <오늘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한남대 석사 후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전 대전 MBC 아나운서로 대전문학상과 한남문학특별상, 21회 천등문학상, 한국문화예술인상, 올해의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국제시사랑협회 이사장, 복지법인 선아복지재단 이사장, 노인요양원 실버랜드 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꽃 멀미>,<그대 얼굴이 봄을 닮아서>,<그래도 사랑>,<꽃이 걸어오자 산이 붉어진다>,<기억 어디쯤 심어 놓은 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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