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의 현실적 고민

취재 때는 사진 촬영을 하면서 동시에 그 사진에 부합되는 기사(글)를 같이 떠올린다
취재 때는 사진 촬영을 하면서 동시에 그 사진에 부합되는 기사(글)를 같이 떠올린다

= “내가 부지런히 걸으면 없던 길도 생기지만 내가 걸음을 멈추면 있던 길도 없어진다. 가지치기를 잘하면 실한 열매가 열리지만 가지치기를 못 하면 열매 키울 힘을 빼앗긴다.

날마다 뜨는 태양도 날마다 뜨는 달님도 하룻길 동행이다. 그 하룻길도 멈출 날 온다. 표현하지 않는 사람과 봉해 놓은 편지는 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일도 사람과의 관계도 가꾸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지게 된다.” =

어디선가 본 좋은 글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취재를 나간다. 여기저기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쇄도한다. 하지만 소득은 없다. 대부분 봉사 성격의 취재인 때문이다. 어제도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외로이 혼술을 마셨다.

그러면서 잠시 고민에 함몰되었다. ‘나는 지금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내는 “돈도 못 벌고…” 무시, 남편은 살해 후 아내 돈 빼 썼다> 이는 지난 8월 11일 자 서울신문 사회면에 실린 뉴스다. 잠시 살펴본다.

= “돈도 못 벌고 너랑 살기 싫다”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아내 돈을 빼 쓴 50대 남성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8월 11일 살인 및 절도 혐의로 기소된 A(57) 씨에게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절대적 가치’라는 1심의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형량도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7시 20분쯤 충남 천안시 자신의 집에서 아내 B(55) 씨가 “매일 늦게 들어오고…. 돈도 못 벌고 너랑 살기 싫다. 나가라”고 말하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아내의 말에 격분해 흉기로 위협했으나 B 씨가 “죽여라”라고 계속하자 넘어뜨린 뒤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아내 B 씨를 살해한 A 씨는 ‘돈이나 실컷 써보자’는 생각에 숨진 B씨의 통장에서 5차례에 걸쳐 290만 원을 빼내 도박 자금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후략)“ =

돈을 펑펑 벌어서 아내에게 주고픈 건 이 땅의 모든 남편들 바람이자 희망이다. 그런데 그게 내 맘처럼 잘 안된다. 여기서 가장의 고민이 시작된다. 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껏 취재라고 해봤자 한 푼의 소득조차 없으니 의욕이 날 리 없다. 그런데도 최대한 열심히 취재(특히 지인들의 축사인 경우)를 하는 까닭은 취재 후 그들로부터 받는 칭찬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정말 글 잘 쓰시네요!“라는 칭찬에는 분명 마약이 숨어있다. 거기에 중독되어 취재를 하고 기사까지 쓰는 것이다. 어쨌든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고 했다. 부드러운 것이 때론 강한 것을 제압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깨에 힘을 주기보다는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긍정의 마음가짐을 견지하며 나는 지금 카메라를 닦고 있다.

내가 부지런히 걸으면 없던 길도 생긴다.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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