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답이라는 각주의 확장성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1970년에 발매된 사이먼 앤 가펑클의 5집이자 마지막 앨범이다. 한국에서는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졌다.

이 노래는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로 1970년 빌보드 1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노래 상을 포함 6개 부문을 수상했다. 발표된 지 53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전 세계 어디에선가는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노래는 가사까지 압권이다.

= “당신의 마음이 지치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당신이 눈물을 흘릴 때 내가 그 눈물 닦아줄 게요 내가 당신 곁에 있어요 힘든 시기가 닥쳤을 때 친구들마저 보이지 않을 때 험한 세상 건널 수 있도록 내가 당신의 다리가 되어 줄게요” =

이 풍진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달픈 건 모두가 겪는 어쩌면 평범한 일상이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주변에 은인(恩人)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라고 해서 별반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많은 은인의 덕과 도움을 받았다. 이를 모두 열거하자면 책으로 써도 부족하다. 하여 최근의 실례(實例)만을 간략히 기술하자면 우선, 나를 지금의 작가로 만들어주신 모 출판사의 사장님이다.

무려 440번의 도전 끝에 이뤄진 첫 출간의 감격과 고마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이어 칼럼니스트 출발의 디딤돌을 놓아주신 모 언론사의 국장님 또한 은인의 범주(範疇)에 속한다.

나 같은 일개 무지렁이를 대학원까지 이끌어주신 모 대학의 교수님 역시 내가 잊을 수 없는 은인의 반열에 계신 분이다. 올 3월에 발간한 다섯 번째 저서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참여하여 출간에 큰 도움을 주신 다수의 독지가(篤志家) 또한 은인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처럼 은혜(恩惠)를 입으며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시나브로 나 또한 보답(報答)이라는 각주(脚註)의 확장성을 도모하게 되었다. 20년 이상 시민기자로 활동해 오면서 수백 명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그중 반 이상은 나름 취재봉사(取材奉仕)라는 프레임(frame)의 큰 창문 마인드에 입각하여 보도 겸 ‘홍보’를 해 왔다. 덕분에 “고맙습니다. 홍 기자님은 제 은인입니다!”라는 가당찮은 칭찬도 많이 들었다.

작년, 어떤 자원봉사자를 취재했는데 연말에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을 받게 되었다. 그분 역시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공덕(功德)과 공적(功績)에 대한 당연한 보상을 받은 것이었거늘 구태여 나한테까지 고맙다고 하시어 크게 면구스러웠다.

그랬는데 최근에 이런 극찬을 또 받아 면구스러웠다. <명심보감>에 ‘원수불구근화 원친불여근린(遠水不救近火 遠親不如近隣)’이라는 말이 있다. ‘먼 곳에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하고, 먼 곳에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 하다’라는 뜻이다.

이 말처럼 은인에 대한 보답과 관심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고마울수록 더 자주 만나고 더 관심을 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말(年末)이 2주 앞에 우뚝 서 있다.

새삼 ‘거자일이소 내자일이친’(去者日以疎, 來者日以親, 헤어져 가는 사람은 하루하루 더 멀어지고, 와서 접하는 사람은 날로 친숙해지네) 라는 말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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