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한 그릇

 

엄마가 없어서 세상 풍파(風波)를 너무 일찍 경험했다

또래들 중학교 갈 적에 소년가장 되어 역전에서 행상(行商)을 했다

돈이 궁하여 툭하면 국수로 끼니를 때웠다

세월은 여류(如流)하여 두 손자 둔 할아버지가 되었다

중앙시장에 가면 꼭 그렇게 국수가 당긴다

하지만 여전한 건, 그 국수 한 그릇 안에 들어있는 건

시원한 멸치 국물 대신 아픔의 눈물이 더 흥건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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