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불언(知者不言) 단상

 

근무지에서 일을 시작하려던 즈음, 아침 일찍부터 외제 차 한 대가 들어섰다. 그런데 엔진 소리가 마치 돼지 멱따는 소리처럼 요란했다. 당연히 짜증이 밀물로 몰려왔다.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사람들의 표정과 속내 또한 나와 대동소이했다. 이처럼 엔진 소리를 요란하게 꾸미는 것은 자신이 탄 외제 차를 뽐낼 요량에 별도로 돈을 들여 큰 소리가 나게끔 ‘튜닝’을 한 때문이다.

또한 그처럼 티 나게 꾸미는 것은 비싼 차에서 운전자가 내리면 남들이 자기 차를 쳐다보면서 부러움을 느낀다는 소위 ‘하차감’ 때문이라고 한다. 젊은이가 몇 년 치 연봉을 털어 외제 차를 사는 가장 큰 이유로 그 ‘하차감’이 꼽힌다는 것이다.

남이야 전봇대로 이를 쑤시거나 말거나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문제는 튜닝을 한 외제 차가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사람들의 심기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혹자는 이런 필자의 주장이 의심암귀(疑心暗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의심하는 마음이 어둠의 귀신을 만든다’는 뜻으로, 마음속에 의심이 온갖 무서운 망상을 일으켜 불안해지거나, 선입관이 판단을 흐리게 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척 보면 삼천리’라고 했듯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 환하게 앎’을 일컫는 여견심폐(如見心肺)의 우수성은 20년 시민기자 경력인 나만의 어떤 혜안이라고 생각한다.

지자불언(知者不言)이라는 사자성어가 돋보인다. ‘지자(知者)는 깊이 재능을 감추고 함부로 말을 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다. 직역하면 많이 배워서 훌륭한 사람은 평소 행동에 있어서도 조용하고 가급적이면 침묵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감모변색(鑑貌辨色)이라는 사자성어에서도 볼 수 있듯 사람은 모양(模樣)과 거동(擧動)만으로도 그 마음속을 분별(分別)할 수 있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가난한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배우 주윤발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는 전 재산 9,600억 원을 기부한 이유를 묻자, "내게 필요한 건 쌀밥 두 그릇뿐"이라고 답했다. 정말 대단한, 그리고 존경받아 마땅한 대장부로 보였다.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주윤발은 올해 나이 68세이며, 배우 인생 50년을 맞았다.

그는 자신을 "슈퍼스타가 아니라 평범한 보통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그는 버스와 지하철을 애용하고 서민식당을 즐겨 찾는 걸로도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부자, 특히 재벌은 어떠한가?

요란한 외제 차로 애먼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하차감’ 만끽 성향의 경거망동한 사람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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