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상의 효도는 없다

낮에 보문산의 사찰에 갔다. 미리 준비한 책을 배낭에서 꺼낸 뒤 부처님의 불상 앞에 놓고 지성으로 절을 올렸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부디 베스트셀러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사람은 나약하다. 그래서 종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타인이 믿는 종교를 배척하거나 폄하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은 분명 커다란 모독이기 때문이다. 가지고 간 책은 법당에 두고 왔다.

그러므로 스님께서 저녁에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때 그 책을 보실 것이다. 저자가 사인을 하여 독자께 드리는 난에 ‘덕수암 청람(淸覽)’이라고 적었기 때문에 스님께서도 흔쾌히 내 책을 보실 것이라 믿는다.

‘청람’은 맑고 깨끗한 조망(眺望)과 남이 자신의 글이나 그림 따위를 보아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청람’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오늘 사찰에 가지고 간 책은 어제 오후에 집으로 도착한 나의 다섯 번째 저서이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초판 1쇄 발행일’이다. 나의 신간인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이하 ‘두아인생’으로 표기]의 초판 1쇄 발행은 ‘2023년 03월 03일’로 돼 있었다.

그러니까 ‘두아인생’의 생일은 2023년 3월 3일이 되는 셈이다. 또한 나는 저자의 어떤 특권(?)으로 일주일이나 빨리 책을 받는 행운아가 된 것이다. 하긴 이런 맛에 책을 내는 거지만. (^^)

[두아인생]은 제목부터 만들어 놓은 후 집필에 몰두한 작품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도 이미 밝혔지만 여기서 말하는 두 번은 결코 둘(2)이 아니다. 중의적이고 포괄적 개념이다.

아무튼 사찰을 나와 보문산 일대를 걷노라니 싱그러운 공기가 어제의 과음으로 인한 숙취까지 말끔히 해소해주었다. 어제의 과음은 평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는 문인 형님께서 “출판을 축하한다!”며 술을 사신 덕분이다.

내가 난생처음 저서를 낸 것은 지난 2015년이다. 이후 2019년, 2020년, 2021년에도 연거푸 출간했다. 그렇게 ‘네 남매’나 둔 ‘아빠’가 다시금 한 아이를 ‘낳은’ 것이다.

주지하듯 무려 280조나 쏟아붓고도 세계 꼴찌 출산율 0.78명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인 합계 출산율은 이제 국제적 망신거리로까지 부상했다.

정말 큰일이다. 역대 정부가 지난 16년간 약 280조 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출생아 수가 10년 전 절반 수준인 25만 명 아래로 떨어진 까닭은 차고 넘친다.

나보다 1년 선배인 58년 개띠는 그 어려운 시절에도 100만 명이 되는 출산율을 기록, 아니 ‘자랑’했다. 그랬는데 지금은? 이같이 우울한 얘기는 여기서 그만! 화제를 돌린다.

이제 ‘다섯 아이’를 둔 ‘아빠’가 되고 보니 새삼 나의 남다른 자식 사랑이 자못 자랑스럽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다섯 아이’는 내가 만든 책 다섯 권을 의미한다. 나에겐 아들과 딸, 남매가 있다.

지난 날 두 아이가 릴레이로 대입 수능을 치르던 날에도 나는 꼭 사찰을 찾았다. 그리곤 아이들의 합격을 발원하며 108배를 지성으로 올렸다. 그 덕분이었을까...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엿 붙듯 합격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오는 3월 초에 있는 나의 첫 출판기념회 준비로 부산했다. 아울러 이번 저서의 출간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으로 도움을 주셨으나 출판기념회에 못 오신다는 분들을 추려 택배로 보내드리고자 포장까지 다 마쳤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의 책상 위에는 그동안 내가 만들어낸 저서 다섯 권이 나란히 꽂혀 있다. 이 다섯 ‘녀석’은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아주 행복하다. 왜? 나는 ‘다둥이 아빠’니까.

[두아인생]을 펼치면 드러나겠지만 나는 어머니 얼굴조차 모른 채 정말 불우하게 성장했다. 내가 생후 첫돌쯤 가출한 아내(나의 어머니)로 말미암아 절망의 늪에 빠진 홀아버지께서는 이 아들의 교육과 장래보다 술을 더 사랑하셨다.

그 바람에 중학교 진학조차 사치로 만든 아버지는 사실 아버지 자격조차 없는 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로선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거울로 작동했다. 나는 기를 쓰고 아이들을 사랑했다!

절절한 부성(父性)의 상징이 가시고기다. 가시고기는 수컷이 암컷 가시고기를 유혹한 후, 약 20초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신혼 생활’을 보낸다. 이때 암컷은 알을 낳고 떠나고, 수컷은 남아 알을 돌보기 시작한다.

가시고기의 알이 부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여일이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수컷 가시고기는 한순간도 떠나지 않고 둥지를 돌본다. 아무런 먹이 활동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알들이 부화되기만을 학수고대한다.

그렇게 부화된 새끼 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의 육신을 먹이로 하여 성장한다. 나는 그러한 가시고기 아빠의 애정과 열정으로 아이들을 길렀노라 감히 자부한다. 이번에 출간, 아니 ‘출산’한 나의 다섯 번째 아이(책)는 반드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를 수 있기를 기도한다.

‘다둥이 아빠’의 간절한 소망이다. 내년 3월 3일에 ‘첫돌’을 맞는 다섯 번째 ‘아이’가 올해부터 너무나 책이 잘 팔려 나를 그동안의 암울했던 빚구럭에서 탈출시키는 것도 모자라 돈방석에 앉게 해준다면 그 이상의 효도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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