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들의 등용문 '문학시대' 신인상 수상
- 김은숙팀장 '내 이야기를 글로 표현, 위로 받고, 위로를 주는 시'

여수시청 김은숙 교육지원 팀장, ‘문학시대’ 신인문학상 시부 당선
여수시청 김은숙 교육지원 팀장, ‘문학시대’ 신인문학상 시부 당선

전남 여수시청에 근무하는 김은숙 팀장이 국내 권위 있는 문학지로 알려진 「문학시대」 제135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1987년창간 이래 수많은 역량 있는 작가들의 등용문이 되어온 「문학시대」에 박꽃 피는 밤 외 9편의 작품을 출품하여 신인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인 김시철시인, 박종철시인, 성춘복시인, 조병무시인은 심사평을 통해“사람이 살아가는 길 위에 드러나고 감추어지는 경험요소들이 자연현상과 결부되어 있으면서, 이를 서사적이면서 서정적으로 굴곡지는 인생의 어느 의미 있는 장면의 이미지로 포착해 내는 솜씨가 믿음직스럽게 다가와 당선에 올렸다”고 밝혔다.

김은숙 팀장은 당선 소감에서“내 삶이어서 소중한 내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 년 전 코로나로 멈춰진 일상이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과정으로 이끌었다”며“아직은 온전히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 부끄럽고 낯설지만, 마음이 전하는 소리에귀 기울이며 위로받고 위로해 주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시심으로 보여주시는 신병은 선생님과 문예창작 문우들, 여수문협 회원들과 이 벅찬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그 품격에 누가되지 않도록 더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은숙 팀장은 여수출신으로 청주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공직에 입문한 이래 여수시청 홍보기획팀장, SNS소통팀장을 거쳐 초중고등 교육지원 업무를 맡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전남문인협회가 주최한 전남백일장 시부 장원으로 당선되었으며, 지난해 말에는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국가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수상작 중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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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 피는 밤

구순의 어머니와

나란히 누워 맞이하는 아침

뉘기여?

외동딸도 몰라보시는 어머니

마음 한 켠 쌓고 쌓은

삶의 무게

한 겹 두 겹 눈을 덮었을까

시들고 상한 꽃잎 걷어내니

세상은 박꽃처럼 환해지고

어머니는 박꽃으로 피어난다

그날 밤

늦도록 이어지는 박꽃의 수다를

달도 별도 나도

가만히 듣고 있다.

 

 

귀가

조심히 걸어라

밝은 곳은 허방이다

칠흑 같은 밤

울퉁불퉁 시골길을 걸어 본 사람은 안다

밝은 곳은 돌부리가 아니면 물구덩이었다

빗물 고인 허방엔 하늘이 내려앉고

작은 우주가 몸을 풀었다

자칫 발이라도 헛디디면

안드로메다 속으로 빨려들 것 같아

종종종 따라붙던

제사 마치고 돌아오던 길

오늘도 그 밤처럼 별은 푸른데

허방 밟지 말라며 시린 손 잡아주시던

그 손길 생각나

두 손 살며시 비벼본다.

 

 

양념딸

“이번에도 영락없고만”

산달이 가까워지자 이웃들의 수런거림에

아들만 다섯인 울 엄마와

딸만 넷인 친구 엄마는

은밀한 거래를 했다

“암도 모르게 바까부까?”

동짓달 긴긴 밤,

산고로 몸을 비틀던 어머니

새벽닭이 울 때까지 마당을 동동이던 아버지

“옴마! 딸이그마, 딸”

산파의 외마디에

그녀들의 언약은 무장해제 됐다

열여덟에 장가들어

마흔하나에 얻은 양념딸

아버지는 기어이 이불을 들추고

곤히 잠든 분홍 조개를 보고야

긴 안도의 숨을 쉬셨다

이레 뒤

다섯 번째 딸을 낳은 친구 엄마는

퉁퉁 불은 얼굴로

포대기를 윗목으로 쓰윽 밀쳐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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