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삼위일체 책

영국(英國)은 누구나 안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영국은 세계 전역에 식민지를 두고 있었다. 그래서 해가 지더라도 식민지 어딘가에서는 해가 떠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튀르키예(Türkiye)는 생소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터키(Turkey)라는 영어식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터키’라는 국명이 ‘튀르키예’로 바뀐 것은 영어 단어로 'Turkey'가 '칠면조'라는 뜻임을 알고 있고, 속어로는 '겁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사실로 인해 자존심이 상해 변경했다고 전해진다.

신간 [영국과 튀르키예의 홍차 문화] (도서출판 시시울 刊)가 출간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전시 서구 월평서로6번길 77(월평동)에서 [전통 찻집 미소 미소]를 경영하고 있는 여진 최여진 원장의 역작이다.

이 책은 우리가 간과하였던 홍차(紅茶)에 대한 모든 역사와 문화까지를 A~Z까지 일목요연하게 다루고 있다. 그럼 먼저 홍차의 효능부터 알고 볼 일이다.

홍차는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해소, 심혈관 건강에 좋다. 치아 건강과 장 건강, 피부 건강과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다. 홍차는 또한 특유의 아름다운 붉은 색과 특유의 향기가 이를 보고 흔들리는 마음마저 훔친다.

영국인들이 홍차 마니아가 된 것은 다 까닭이 존재한다. 영국인들이 홍차를 특별히 사랑하게 된 것은 영국의 물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의 수질은 석회염 등의 광물질이 다량 포함된 경수(硬水)인데, 차의 맛을 내는 탄닌(tannin)이 잘 우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홍차는 경수에도 진하게 잘 우러나기 때문에 홍차를 즐기게 되었다. 또한 홍차는 일 년 내내 습도가 높고 흐린 날씨가 많은 영국에서 추위를 덜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영국인들은 끓는 물에 홍차를 마시면서 보다 위생적인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P.28)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교에 위치한 튀르키예에 홍차가 전해진 시기는 19세기 후반 영국을 통해서다. 따라서 홍차의 역사를 알면서 마시면 그 의미가 자못 남다르다고 하겠다.

[영국과 튀르키예의 홍차 문화] 책이 특별한 것은 중간에 들어간 저자의 시가 압권이란 점이다. P.58~59에 삽입된 <여름 녹차>가 눈 안에 성큼 들어선다.

= “찻잔에 흔들리는 저 흰 구름을 어이하고 차를 마실까? 목을 타고 넘는 저 흰 구름 청산인 양 가슴에 걸리는데 벗 삼아 도란도란 차를 마시며 찻잎을 품고 싶다.” =

독자를 위해 보너스 형식으로 가미된 이처럼 푼푼한 시를 읽으면서 홍차를 마시는 기분은 독자만의 어떤 특권이다. 여기에 평소 내가 좋아하는 음악까지 갖춰진다면 이게 바로 환상의 삼위일체(三位一體) 아닐까.

다산(茶山) 정약용은 “차를 마시지 않는 민족은 망하고 차를 즐겨 마시는 민족은 흥한다”고 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차가 건강에 이롭고, 사색 공간을 넓혀주어 마음에 눈을 뜨게 하며, 사람으로 하여금 예의롭게 하기 때문이라는 걸 간파했다.

[영국과 튀르키예의 홍차 문화]의 저자 최여진 작가는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예절다도학과 석사와 원광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후 국가 공인 예절 지도사와 인성 예절 지도사, 중도문인협회 사무국장을 겸임하며 <문학사랑>에 시와 시조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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