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의 책상 위에는 남행 때 일본인 사진사를 시켜서 찍은 사진들이 놓여 있었다. 이토는 사진사에게 사진의 구도와 초점을 미리 지시했다.” (후략) =

베스트셀러로 쾌속질주하고 있는 김훈의 신간 [하얼빈]의 P.47에 등장하는 글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토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을 지칭한다. 나는 그를 초등학교 때 ‘이등박문(伊藤博文)’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1등이 아니라 2등 하는 박사 문인인 줄 알았다. 다 알겠지만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으로 한국 병탄의 기초를 구축하였다. 러시아 방문 중 안중근 의사에게 하얼빈역에서 저격당하여 사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중근이 영웅이지만 일본에서는그를 영웅으로 간주한다고 들었다. 책의 내용에서도 볼 수 있듯 그는 엔간한 인물이 아니었다. 다른 건 차치하고 사진과 연관된 부분을 하나 더 살펴본다.

= “큰 구도가 필요하다. 폐허를 크게, 조선 황제를 작게 나타내라고 이토는 만월대 돌계단 앞에서 일본인 사진사에게 명령했다.” (P.51) =

이토가 순종을 모시고 고려 오백 년의 도읍지였던 개성을 방문했을 당시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조선 황제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려는 이토의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새삼 적개심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대목이다.

평소 취재를 많이 한다. 따라서 사진 촬영도 잦다. 그런데 사진은 통상 100장을 찍으면 그중 2~3장이 겨우 맘에 든다. 그만큼 촬영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구랍(舊臘) 12월 1일 [라이프 사진전 _ 더 라스트 프린트] 전시회를 취재했다. 여기서 헝가리 사진작가였던 로버트 카파가 남긴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은 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아서다”라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명언을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이 개봉되면서 관객이 극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 영화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어머니로 열연한 배우 나문희가 안중근의 어렸을 적 배냇저고리를 안고 노래, 아니 절규하는 대목이다.

=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떠나갈 시간이 왔구나/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큰 뜻을 품으렴/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너를 안아봤으면/ 너를 지금 이 두 팔로 안고 싶구나” =

이 대목에서 얼굴도 알 수 없는 어머니가 데자뷔로 오버랩 되면서 눈물 폭풍이 쏟아졌다. 안중근 의사는 여전히 남북 모두에서 존경받는 영웅이다. 그런데 북한은 새해 첫날인 오늘(1일) 또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정은은 적화통일 야욕에 광분하는 정말 미친놈이다. 이런 자에게 경도되고 심지어 존경까지 한다는 종북 주사파와 좌파들은 또 뭔가.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안중근 의사께서 지하에서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하여간 올해도 취재를 할 적엔 사실적인 사진을 찍고자 더욱 노력할 작정이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