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실랑이

아내에게 모처럼 소고기를 사줬다
아내에게 모처럼 소고기를 사줬다

크리스마스(Christmas)를 맞았다. 크리스마스는 12월 24일부터 1월 6일까지 예수의 성탄을 축하하는 명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2월 25일을 공휴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도통 느낄 수 없다. 우선 날씨가 너무 춥다. 설상가상 경기도 안 좋다 보니 주머니까지 썰렁하다. 그래서 오늘은 두문불출하며 글만 썼다.

요즘엔 너무 바빠서 배달되는 종이신문도 하루 이틀 지나서야 겨우 일독한다. 12월 23일 자 신문을 잠시 전 봤다.

경희대학교 교수 【이동규의 두 줄 칼럼(69)】에서 "사랑은 저축하지 말라 더 늦기 전에 꽃을 보내라"라는 글이 눈길을 훔쳤다. 내용이 촌철살인이었다.

=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사람들은 대개 제일 좋은 것은 써보지도 못한 채 죽는다고 한다. 어른들이 늘 “아끼다 똥 된다”고 했던 이유다. 서양에도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라는 말이 있다.

탈무드는 “좋은 항아리를 가지고 있다면 오늘 사용하라. 내일이면 깨져버릴지도 모른다”라고 가르친다. 과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now)이고,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여기(here)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nowhere’가 된다. 쉽게 말해 “있을 때 잘해”라는 거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길이다. 오늘 사랑한다고 말하라. 너무 늦기 전에 꽃을 보내라!“ =

맞다. 아끼다 똥 된다. 하물며 사랑이라고 한다면 더더욱이나. 오늘은 안사돈 어르신의 생신이다. 그래서 아까 사돈 어르신, 즉 아들의 장인 어르신과 통화를 나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손자의 어린이집에서 산타 할아버지로 깜짝 변신한 아들
크리스마스를 맞아 손자의 어린이집에서 산타 할아버지로 깜짝 변신한 아들

”안사돈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아들 편에 케이크를 보낼 테니 맛나게 드십시오.“ ”어이구~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다시 만나야죠?“ ”물론이죠!“

코로나19의 습격 전에 우리는 매달 한 번씩 정례 모임을 가졌다. 사돈 어르신이 사시는 동탄 신도시는 수원권역이다. 따라서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가운데가 바로 천안이다. 내 고향이다.

천안에서 만나 명승지 등을 구경한 뒤 마시는 술은 감로수 그 이상이었다. 통화가 이어졌다.

”대전역에서 SRT 열차를 타면 동탄까지 50분 안에 도착하니 제가 동탄으로 올라가겠습니다. ”아닙니다. 내년 설은 1월 22일이니 그 이후에 제가 대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실랑이 끝에 통화를 마쳤다. 사흘 전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빈털터리 장손에게 시집와서 한 이불을 덮은 지 어언 41년이다. 신혼 초기 빙기옥골(氷肌玉骨)의 모습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할망구가 되었다.

그런 아내가 측은(?)하여 내 생일이었던 어제저녁은 모처럼 소고기를 대접했다. 이동규 교수의 주장처럼 사랑은 저축하지 말고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꽃을 보내라는 말도 당연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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