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것이 진로의 첫 걸음

[임재성 컬럼]진정한 나로 살게 하는 미래자서전
[임재성 컬럼]진정한 나로 살게 하는 미래자서전

“자신을 아는 사람은 무엇이 적합한지 스스로 알며,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분별하며, 또한 어떻게 할 것인지 아는 바를 해냄으로써 필요한 것을 얻고, 그러고는 모르는 것을 삼감으로써 비난받지 않고 살아가며 또 불운을 피하게 된다.” -소크라테스

진로를 설계하는 과정은 내비게이션으로 경로를 탐색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자동차에서 부모님이 목적지를 향한 경로를 탐색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도착하려는 목적지를 입력하면 다양한 경로를 탐색해 주죠. 가장 적합한 경로를 선택하면 그때부터 어디로 가야할지 내비게이션이 구체적으로 길을 안내해 줍니다.

하지만 네이버나 포털사이트에서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경로 탐색이 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출발지점과 목적지를 입력해야 경로 탐색이 시작되죠. 자동차에서는 현재 위치를 인공위성이 자동으로 인식하기에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로를 설계할 때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 경로를 탐색하는 것처럼 합니다. 현재 위치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도착하고 싶은 목적지에 더 관심을 둡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지 깊은 탐색 없이 훗날 무엇이 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원치 않는 경로로 접어들어 헤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속상해 할 때도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청년 산티아고의 삶을 통해 꿈을 믿고 그것을 실현하는 여정을 이야기합니다. 인생의 길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할 때마다 양치기 산티아고는 어떻게 삶의 방향을 정했을까요? 그 단서가 다음 글에 숨어 있습니다.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현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그러면서 표지의 의미를 이렇게 전합니다.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니.”

먼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입니다.

2017년 SBS 다큐 <대2병>이 방영돼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대2병은 대학교 2학년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하다 생기는 무력감을 의미합니다. 대학교 2학년에 전공공부를 해보니 자신이 잘 하고 원하는 것이 아님을 발견하고 느끼는 감정입니다. 졸업을 하면 먹고는 살 수 있을지 걱정하는 마음입니다. 즉,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밑바닥을 찍는 상태인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보다 성적이나 부모님의 권유, 안정적인 직업에 관심을 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아탐색 없이 진로를 결정한 후유증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뷰카(VUCA)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첫 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하루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있는 것입니다. 학생시절 설정한 경로가 과학기술 발달로 없어지기도 하고, 다양한 새로운 경로가 생기는 시대입니다. 정해진 것이 없고, 모호하고, 복잡한 시대 속에서 의미 있는 진로를 설계하려면 먼저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도달할 목적지도 그곳에 도달할 경로로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아는 도구는 정말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글쓰기는 자신을 이해하는 아주 좋은 도구입니다. 자신의 삶을 글로 쓰다보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고 살아갈 방향도 설정할 수 있으니까요.

글을 쓰는 것은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는 일이기도 하다. 글을 통해 자신과 만나는 행위에는 지성과 직관, 상상이 동시에 개입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모른다면 어떻게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겠는가? 글을 쓴다면 자기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