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편 #4, 욕망을 자제하라(왕필통행본 제 12장)

 

 

4. 욕망을 자제하라

 

原文)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畋獵令人心發狂.

難得之貨令人行妨, 是以聖人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直譯)

五色令人目盲(오색령인목맹)

화려한 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고,

五音令人耳聾(오음령인이롱)

감미로운 소리는 사람의 귀를 멀게 하는 것이며,

五味令人口爽(오미령인구상)

맛있는 음식은 사람의 입맛을 잃게 하는 것이고,

馳騁畋獵令人心發狂(치빙전렵령인심발광)

말을 타고 사냥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미치게 한다.

難得之貨令人行妨(난득지화령인행방)

얻기 어려운 재물은 사람들의 바른 행동을 어렵게 한다.

是以聖人爲腹不爲目(시이성인위복불위목)

이러한 이유로 제대로 된 사람은 배를 채우지만 눈을 즐겁게 하지는 않는다.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그래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解說)

이 12장에서는 감각적 욕망(시각·청각·미각)과 오락과 재물욕 등 외부의 자극적인 대상을 추구하는 욕망을 자제하고 눈을 즐겁게 하지 말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 12장은 3장의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우며, 의지를 약하게 하고 뼈를 강하게 한다는 것과 무위를 하면 다스려지지 않는 바가 없다”는 것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둘 다 공통적으로 외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이나 오감으로 접하게 되는 현상으로부터 휘둘리지 않고 마음의 본성을 인식하여 생각의 중심을 잡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화려한 색깔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물을 제대로 보는 것을 놓치게 만들고 감미로운 소리는 인간의 귀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한다. 현란하게 요리된 음식은 오히려 사람들의 혀를 상하게 한다고 말하면서 입을 상하게 하지 않는 무미(無味)를 강조하고 있다. 맛있는 것을 선호하여 입맛을 까탈스러운 쪽으로 가게 하지 말고 무던한 상태로 두어 맛없는 것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는 편이 좋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맛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색깔, 소리 등 오감(五感)에 모두 해당되는 내용이다.

화려하거나 도드라진 것들은 인간의 인식과 감각을 해치게 되어 제대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대해 왜곡되거나 못 미치게 만든다. 오감을 고급화시켜 놓은 상태에서 저급의 대상을 만나야 될 상황에 처하면 그 만큼의 불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대로 가장 낮은 저급의 대상을 접하더라도 그 속에서도 맛과 멋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삶의 상황에 있어서는 지성과 능력을 지극히 높이고 과도한 소유욕을 추구하는 것으로 인해 사람의 마음이 어지럽게 된다. 오색, 오음, 오미의 외적 실체와 내적인 경험이 구별되고 파편화된 경향성을 보이게 되면 눈은 어지러워지고 귀는 멀어지며 혀는 상하여 삶의 본질을 놓치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분간해내지도 못하게 된다.

말(馬)이 질주하는 것처럼 삶에서 자연스러운 속도감각을 잃으면서까지 인위적인 활동에 심취하게 되면 마음을 제대로 잡지도, 듣지도, 맛보지도 못함을 넘어 발광(發狂)하는 어지러운 마음의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의 다스림이 없고 자기중심이 확립되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이렇게 외면적 현상과 내적인 반응으로서의 감각과 더 나아가 본래 있음의 경지를 벗어난 삶의 추구는 그 사람에게 주어져 있는 것의 효능성과 그 작동의 이로움을 상실하게 된다.

배를 위하는 것은 나를 기르는데 사물이 쓰이는 것이고, 눈을 위하는 것은 사물이 나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다. 이는 내가 사물의 주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사물이 나의 주인이 되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명심할 것은 사물을 취할 때 배를 위하는 것에 머물면 내가 사물의 주인이 되는 것이고, 눈을 위하는 데까지 간다면 내가 사물의 노예가 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현명한 사람은 배를 위할 뿐 눈을 위하지 않는다. 이러한 지혜를 지닌 사람은 삶에 있어서 멈출 지점을 알기 때문에 무리(無理)하지 않지만 지혜가 얕은 사람들은 자기 몸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무리를 한다. 배를 위하는 것은 몸을 기르는 것이고 눈을 위하는 것은 몸을 망가뜨리는 것이라는 말은, 삶의 본질적 요소와 비본질적 요소를 구분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버려야 할 것은 많은 재물과 음식 같은 비본질적인 것이고 취해야 할 것은 소박하고 담백한 생활이다. 욕망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언행을 그르치는 원인이 되기에 욕망을 버리고 본성을 앞세워야 한다.

 

餘說)

5색은 흑백적청황(黑白赤靑黃), 5음은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 5미는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이 본래의 뜻이지만 여기서는 모든 색과, 소리와, 맛을 의미한다. 장자의 천지편에도 이와 유사한 글이 나온다.

且夫失性有五(차부실성유오)

一曰 五色亂目 使目不明(일왈 오색란목 사목부명)

二曰 五聲亂耳 使耳不聰(이왈 오성란이 사이불총)

三曰 五臭薰鼻 困惾中顙(삼왈 오취훈비 곤수중상)

四曰 五美濁口 使口厲爽(사왈 오미탁구 사구려상)

五曰 趣舍滑心 使性飛揚(오왈 취사활심 사성비양)

此五者 皆生之害也(차오자 개생지해야)

『대개 본성을 잃는 일에 다섯 가지가 있다.

화려한 색깔이 눈을 어지럽혀 밝지 않게 되는 것이 첫째이고

좋은 소리가 귀를 어지럽혀 귀가 밝지 않게 되는 것이 둘째이며

나쁜 냄새가 코를 찔러 코를 막히게 하는 것이 셋째이고

좋은 맛이 입을 더렵혀 입병이 나게 하는 것이 넷째이고

득실이 마음을 어지럽혀 본성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다섯째이다.

이 다섯가지 모두는 생을 해치는 것이다.』

본문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다섯 가지의 색깔과 소리와 맛이지만, 이는 눈과 귀와 혀 등 감각기관을 즐겁게 하는 모든 쾌락과 향락을 의미하며 끝없는 인간의 욕심을 뜻하기도 한다. 화려한 색상, 감미로운 소리, 현란한 음식이 결국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망가뜨리게 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천하에 미식가였는데 오미(五味)가 입맛을 버린다고 하면서도 “나는 맛이란 맛은 모두 맛보았는데 여태껏 인육(人肉)은 먹어 보지 못했다”라고 말하자, 신하 중에서 천하의 요리사인 역아(易牙)는 그 말을 들은 후 자신의 아들을 죽여 그 인육으로 요리를 하여 환공에게 바쳤다고 한다. 후에 이 사실을 안 관중(管仲)은 환공에게 역아를 멀리하라고 읍소하기에 이르렀다. 관중이 죽은 후 환공은 역아의 관직을 빼앗고 추방을 했지만, 이미 역아의 오미에 맛 들어진 환공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역아를 불러 그 맛을 즐기게 된다. 그러다 종국에는 역아가 반란을 일으켜 환공을 감옥에 가두고 음식을 주지 않자 결국 환공이 목을 매어 자살했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있다.

<활기 정신건강증진연구원장 철학박사 임주완>

<齊和 노장사상연구소장>

<活起 풍수원구원 대표>

<국제웰빙전문가협회 행복 코디네이터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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