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옥 (언론중재위원회 운영위원 · 前 전남일보 주필)
결실의 계절, 가을입니다. 탐스럽게 핀 노란 국화꽃 향기가 그윽하게 다가오는 계절입니다. 이처럼 좋은 날에 한국시민기자협회가 창립총회를 갖고,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축하합니다.

오늘, 상임대표로 추대된 문 정현 변호사님, 축하합니다. 이일을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치하(致賀)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지난여름, 폭염 속에서도 열심히 교육을 받고 실습을 거쳐 시민기자의 자격을 얻은 여러분들! 축하합니다.

 우리나라의 언론은, 특히 신문은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하여 그 발행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뀜에 따라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야말로 ‘비 온 뒤 죽순 나듯’ 신문사가 생겨났습니다.

광주도 80년대, 단 한 개의 신문사였지만, 올해 3월말 현재 17개의 일간지가 발행될 정도입니다. 주간지는 전남도내의 시 · 군 단위 마다 서너 개씩 발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신문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신문 천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신문사가 많고, 언론자유가 보장된 것은 자랑할 만한 일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신문사들이 많아 언론자유를 자랑하기보다는 오히려 언론 공해(公害)로 비쳐지고 있음도 부인할 수없는 실정입니다. 대다수의 신문들이 제 구실과 사명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때문에 한국시민기자협회의 탄생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지역의 언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새 바람은,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언론계 풍토를 바꾸는 거대한 태풍으로 변해지길 소망합니다.

 시민기자 여러분들이 바로 그 역할의 기수가 돼야합니다.

기사는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써야 됩니다. 기자 자신의 생각 같은, 주관적인 군더더기를 보태서도 안되는 게 기사입니다. 객관적으로 써야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개인이익이나 집단 · 회사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공공성을 지닌 내용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리고 편파적이 아닌 공정한 내용이어야 됩니다. 이러한 기사를 쓰는 것은 당연한 책무입니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公器)이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감시하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그 시대의 여론을 반영하는 한편 여론을 이끄는 역할 역시 언론의 기본적인 임무입니다. 언론을 사회의 목탁(木鐸)이라 부르는 까닭입니다.

 지금까지 예로 든 것들은 기존의 언론인들에게도 해당되는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오늘날 언론이 도매 값으로 지탄을 받는 원인 가운데 하나임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오늘 창립총회를 가진 한국시민기자협회 회원들은 이 모임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다는 각오를 다지길 바랍니다. 시민기자협회는 이외에 더 엄격한 책무들을 지켜야 된다는 뜻입니다.

‘시민기자'라는 이름 때문입니다. 도덕성에서 그렇습니다. 성직자(聖職者)와 같은 정도의 윤리(倫理)의식이 투철해야 됩니다. 권력과 재력(金力)의 압력에 굴종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시민기자 여러분들은 지역사회의 봉사자로서, 섬기는 자세를 다짐함으로써 기존의 언론인들과 차별을 이뤄내야 합니다. 군림하지 않고 독자들, 더 나아가 지역민들을 떠받드는 마음을 가질 때 여러분들은 분명 우리나라 언론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리라 믿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기자는 그 시대의 역사를 기록하는 자임을 깊이 깨달았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이 신문에 쓴 하루하루 기록이 바로 우리나라 현대사의 자료가 되는 까닭입니다. 언론인들이 사실을 제대로 보도해야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음도, 바로 이 순간에 가슴깊이 새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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