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최혜민 'Verbs; Visual Documentation' 展

인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순간들을 표현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살갗으로 느끼는 것들은 인간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록하기를 희구하는 것이다. 눈으로 본 것을 다시 눈을 통해 감각하기 위한 작업을 행하는 셈이다. 신체기관인 눈을 통해 수용된 순간들은 카메라의 렌즈라는 제3의 눈을 빌려 지각하고 감각하게 된다. 최혜민 'Verbs; Visual Documentation' 展은 2021. 12. 8 (수) ~ 2021. 12. 14 (화) 까지 갤러리도스에서 전시된다.

최혜민 'Verbs; Visual Documentation' 展 안내 포스터
최혜민 'Verbs; Visual Documentation' 展 안내 포스터

사진으로 수집된 순간과 그 안에서 존재하던 인간의 감각과 정서는 화소 하나하나에 응집됨으로써 이미지를 이룩한다. 상세하고 강렬한 이미지의 구현을 위해서는 화소의 수가 많아지고 크기 또한 커져야 하는데 이 가변성은 언어의 활용 특히 주체와 목적에 대해 서술하는 동사의 유동적인 특성과 상접한다. 동사는 주어와 목적어에 따라 자동사와 타동사로 나뉜다.

작가는 현상이기도 하고 현장이기도 한 것들로부터 파생된 생각과 감각, 정서들 즉 생의 순간들에 대한 증명의 자취를 더듬고자 한다.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언뜻 단절되고 정지된 상황인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시간은 유유히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경계와 한정을 갖지 않는 다양한 재료와 행위, 형식, 기법 등이 투사된다. 이는 작가가 관심을 갖고 기록하고자 하는 자유 연상과도 상통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연결과 지속에 대한 욕구가 구체화되는 양상인 셈이다. 불완전해서 불안한 인간에 대한 인정과 자아에 대한 탐구인 것이다.

노자가 말했듯 인간은 ‘나’라는 의식을 자기의 몸속에 넣음으로써 혼돈에서 분리되어 나온다. 이해와 파악이 어려운 것들 사이를 매개하는 시각과 지각의 언어들은 동사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되뇌고 추적하고 뇌까리는 동시에 생의 순간을 마주치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눈을 통해 본다는 것은 사유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허락된 표현에 대한 사명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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