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자 작가의 ‘사모곡-觀’ 展

금봉미술관(한상운 관장)에서는 2020년 한 해가 완숙해지는 10월 절기에 이 지역을 중심으로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류현자 작가’를 초대하여 ‘사모곡-觀’라는 주제로 기획전시를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스물한 번째 작품전으로서, 전통미술의 색채 방법론을 토대로 하여 전통 버선의 조형미와 함께 여성을 상징하는 꽃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승화한 작품들 그리고 선면화의 틀로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한 자 한 자 사경(寫經)한 작품들을 대작과 병풍 형식으로 선보인다. 전시는 2020년 10월 13일(화) ~ 10월 30일(금)까지 18일간 금봉미술관 1층 제1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류현자 작가의 모음 사진들
류현자 작가의 모음 사진들

류현자 작가의 이번 발표전은 그간 지속해온 ‘사모곡’ 시리즈의 연장이지만 그동안의 연작을 갈무리하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몇 해 전부터 기존의 폐한지를 이용한 반부조 형식의 작업 방식을 접고, 평면회화로 기법의 변화를 주고있다.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 구성력과 화면 조율의 맛은 설명적인 형상과 부드러운 색감으로 전이되었으며, 근작에서 도드라지는 다완, 달 항아리, 토기와 같은 물상은 그것대로 담박한 서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품 안에 자주 등장하는 연꽃과 목련은 보이는 대상으로써의 꽃, 혹은 그 외형을 찬미하기 위한 장식적 성향의 소재이기보다는, 작가 나름으로 어머니를 향한 지극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비유적 대상에 다름 아니다. 화폭 안으로 품어낸 그 절절한 마음이 어머니의 가족을 향한 사랑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버선의 조형미와 상징성을 통해 드러낸 작가의 작업이 그사이 10년이라는 시간으로 무르익었다.

작가는 화가의 업을 통해 달리 말하면 본인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엄마의 마음에 다가서고 있다. 버선이 일상 안에서 가족의 안녕을 비는 어머니의 자애(慈愛)이자 근원의 생명력을 뜻하는 것이라면, 목련과 연꽃은 소재 자체로 어머니를 상징한다. 각각 여성의 삶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삶을 지칭하며 ‘사모곡’이라는 큰 범주의 서사를 면밀히 보완하고 있다.

인간사의 희로애락과 명상을 뜻한다는 색색의 물결 모양 띠와 다완, 그보다는 엷은 물빛과 쪽빛 밤하늘에 가득 찬 만월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연꽃과 버선으로 한데 어우러지는 형국이 더욱 작가답고 친숙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보게 됩니다. 부족한 모습 또한 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또 다른 작업적 변화를 준비하는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을 비우는 과정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긴 시간의 화업을 다듬고 이제 새로운 질문을 던지려 하는 작가의 작업세계가 올곧게 자신의 이야기들로 채워지기를 기대하며, 그로 하여금 작가가 밟아온 수많은 인연의 시간이 아름답게 빛날 수 있기를 더불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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