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군들로부터 전래, 현재까지도 시행.."

차량 연막소독 모습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권록현 기자 = 과거 여름철 해가질 때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얀 연기와 함께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던 소독차, 일명 '방구차'를 따라다녀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해당 방역의 정확한 명칭은 '가열연막'이라고 한다. 이 방역방법의 원리는 경유 또는 등유에 살충제를 혼합하여 기화를 시키는 방식이다. 약제의 기화를 위한 열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엔진을 가동하기 때문에 마치 방귀뀌는 듯한 소리가 난다. 기화가 된 하얀 연막은 엔진의 압에 의하여 공중으로 분사된다. 가열연막을 최초로 실시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1945년 전후, 방역기계를 개발하여 당시 현재 인체 유해성 논란으로 사용이 금지되어있는 DDT등의 살충제를 혼합하여 살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 미군들로부터 전래되어 현재까지 일부 실시되고 있다. 70년 가까이 여름철 모기 방제를 위해 실시되면서 여름 일상의 한 풍경으로 자리잡았던 '소독차' 과연 효과는 어느정도 될까? 과거부터 가열연막은 살충제의 희석제로 경유나 등유같은 유류를 사용하여 환경 유해성이 높고 인체에도 좋지않으며 효과도 거의 없다는 지적이 언론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왔다.

하지만 이는 일부 가열연막의 단점만을 부각한 왜곡에 불과하다. 오랜시간에 걸쳐서 진행된 각계의 지적에 따라 현재는 도심지역에서 가열연막을 실시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면적이 광활한 농촌지역이나 하수구, 말라리아.일본뇌염등 감염병이 유행하여 단 시간내 넓은 지역을 긴급하게 방역해야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적용되고 있지만 가열연막은 과거부터 수 차례 관련 정부기관과 민간에서의 살충력 실험이 이루어졌고 방법만 잘 준수한다면 매우 우수한 효과가 있음이 엄연하게 결과적으로 증명되었다. 

과거 국립보건원 의동물과에서 실시한 가열연막의 '야외효력평가시험' 결과는 평균 50%이상의 방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차량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30m 거리에서 82%의 치사율을 기록했다. 또한 2001년 파주 및 철원지역에 대한 '말라리아 매개모기방제사업'에 집중 사용한 결과 매개모기가 70~90% 수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민간에서는 2018년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의 주관으로 실시된 '가열연막법의 효능평가'의 결과를 보면 '흰줄숲모기'에서 평균 98.7%의 치사율, 살포범위의 10m안에서는 100.0%가 치사됐다.

이처럼 효과가 좋은 가열연막이 효과가 없다는 모함을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방역수칙를 지키지 않아서' 라고 이야기 한다. 광주광역시 북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에 장기간 재직했던 박철현(45) 주임은 '가열연막은 넓은지역을 대상으로 살포하여 작은 살충제 입자가 구석구석 침투되어 방제에 효과를 보는 방역방법의 하나'라며 '모기가 활동하지 않는 시간대에 살포하거나, 살충제 희석비율을 지키지 않는 등 작업방법을 지키지 않으면 정확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가열연막이 확실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살충제의 희석비율을 지키고 모기가 활동하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시간에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살충제의 희석제로 연기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등유보다는 경유를 많이 사용하는데 경유는 차량용 연료 특성상 기화할 때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하고 불순물들이 많이 포함되어있어 살충제의 용해를 방해하여 전체적인 살충효과가 감소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등유의 사용이 권장된다. 

등유는 실내에서 난로의 연료로 사용될만큼 불순물과 유황 함량을 극단적으로 최저화시킨 기름이므로 기화할 때 유해물질 발생이 거의 없고 불순물이 없어 살충제의 용해도 그만큼 잘되어 경유에 비하여 2배의 살충효과가 있다. 하지만 경유에 비해 연기가 적게 나오는게 단점이다.

최근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친환경이 '트렌드'가 되면서 기름을 사용하는 가열연막은 여름철 방역방법으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도심지의 방역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변화했고 일부 농촌지역이나 하수구, 민간업체에서 아파트 등을 방역할 때  간간하게 실시되고 있을 뿐이다. 1950년도부터 현재까지 70년 가까이 여름철 모기방제의 톡톡한 효자 역할을 했던 주인공의 쓸쓸한 퇴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곁에서 보기 힘들어진 풍경인 '소독차'...  머리 한편에 차분히 쌓여있는 기억,

그를 둘러싼 왜곡된 시선을 이제 거둘 수 없을까?

gus43924@gmail.com

◆뉴스포털1(civilreporte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