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유동완 기자]

2019 신예들의 반란 다크호스 '루키' 박현경프로사진=유동완 기자
2019 신예들의 반란 다크호스 '루키' 박현경프로
사진=유동완 기자

“시즌 상금요? 부모님 드렸어요. 아빠 지갑을 하나 사드리고 싶어요.”

2019년 ‘루키’ 박현경(19)이 우승 없이 시즌 상금 약 3억 9백만 원을 벌었다.

올 시즌 루키 신예들이 통산 8승을 합작했다. 무서운 기세다. 그들을 칭할 때 “루키들의 반란”이라 얘기한다.

우승을 이루지 못한 박현경은 ‘신예들의 반란’에  중심에 우뚝 선 다크호스다. 시즌을 마감한 박현경은 시원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지난 1년을 회고했다.

박현경은 “시즌 1년을 뛰고 나니까 너무 빨리 지나갔다. 신인상을 놓쳐 아쉽지만, 루키로서 많은 사랑 받아서 감사하고, 사랑받은 만큼 내년 더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라며 다부진 각오로 인터뷰 시작을 알렸다.

2017년 국가대표 시절, 송암배 대회에서 나흘 합계 29언더파 259파로 아마추어 최초 72홀 최소타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존재로 떠 올랐던 박현경은 올 시즌 루키 데뷔전에서 친구들의 우승 소식을 지켜 봐야만 했고, 신인상 후보에서도 3위로 밀렸다.

친구들의 성황을 지켜본 박현경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루키들이 잘할 거란 생각을 했지만, 8승이란 승수가 나올지 몰랐다. 아쉽다. 하지만,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첫 시즌부터 너무 튀는 것보단 내년에 더 열심히 준비하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동기 부여가 된 듯하다.”라며 “신인상 3위는 내년이나 내 후년을 위한 발판이었다.”라고 올 한해를 정리했다.

아빠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박현경은 “투어 프로 출신으로 5년 정도 활동한 아빠가 2002년부터 2012 동안 전주에서 연습장을 운영했고, 유치원 시절부터 연습장에 놀러 다니다가 9살에 골프장 연습생들과 퍼트 내기를 하며 재미를 느꼈다. 나는 승부욕이 상당해, 지고 나면 상당히 화가 났다.(웃음) 5살 때 첫 클럽을 접했다.”라며 밝게 웃었다.

골프 외 취미, 특기를 묻는 취재진에 “수영이나 육상 체조가 학교에서 필수 과목인데 0점이다. 운동은 골프만 잘한다. 꼭 특기를 찾자면 ‘라면 잘 끓이기’(웃음)”라며 “취미는 영화, 음악(발라드 R&B) BTS 육성재를 좋아한다.”라고 티 없이 밝은 모습을 드러냈다.

“골프 선수가 안 되었다면, 양궁도 해보고 싶었다. 요즘 양궁 카페를 가봤는데 집중력을 요하는 운동이라 좋아한다.”라며 박현경은 골프와 양궁의 공통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박현경의 올 시즌 목표는 의외였다. “올해 목표가 상금 3억이였는데 이뤘다. 루키로써 상당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첫 대회 때 잘하는 것보다 해가 더 할수록 잘해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상금으로 정규투어 첫 목표 이뤄서 감회가 새롭다.”라며 박현경은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올 시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박현경은 겨울 전지훈련지로 센디에고 라코스타(캘리포니아)로 떠날 예정이다. 전진 훈련은 이시우 프로와 17명 전, 후로 아마추어를 비롯 프로가 1월 9일부터 2월 21일 훈련을 예고했다.

함께 ‘루키 레전드’에 출연한 이보미도 전지훈련에 함께한다. “(이)보미 언니의 경기 장면을 학창 시절에는 잘못 봤는데 서산수때 경기를 하면서 ‘100m 정도 남은 거리는 버디 맞았다고 생각’하며 감탄했다. 게임 중이라 언니의 숏 게임을 방법을 물어보지 못했지만, 전지훈련 때는 꼭 물어보고 싶다.'라고 얘기했다.

또한, 세계 랭킹 1위 고진영 역시 이번 동계 훈련에 합류한다면서 “함께 하는 그 자체가 나에겐 큰 배움이라 생각하며 훈련하면서 (고)진영 언니의 플레이를 눈으로 보기만 해도 부족한 부분을 집중 보완할 기회”라고 토로했다.

수원cc에서 인터뷰를 마친 박현경은 쉴세도 없이 연습에 돌입했다.
수원cc에서 인터뷰를 마친 박현경은 쉴세도 없이 연습에 돌입했다.

올 시즌 첫 대회 출전 후 거리를 늘리는 게 또 하나의 목표였다는 박현경은 “샷을 잡다 보니 거리를 늘리지 못했다. 올해 전지훈련의 초점은 비거리 향상을 주목표하고 쇼 퍼트를 좀 더 보강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부족한 점을 토로한 박현경은 “샷이 안 좋아서 집중한 결과 좋아졌지만, 숏 게임이 안 좋아졌다. 지난 10월 ‘골든먼스’때 가장 아쉬웠던 점은 퍼트가 따라주지 않아 우승을 놓친 것이다.”라며 “드라이브 거리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거리지만, 10m만 더 나가면 더 수월할 것이다.”라며 아쉬워했다.

2014~2017년 국가대표 시절을 보낸 박현경에겐 친구 임희정이 있었다. “희정이는 일단 초등학교부터 친구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만 8년을 봐서 죽을 때까지 경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 희정이는 언젠가는 정상에 설 것으로 생각했는데 상당히 놀라웠다. 하반기에 3승을 하기에 무서웠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희정이보다 더 잘할 수 없다는 생각도 했지만, 시기가 다르게 언젠가 정상에서 만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2017년 5총사로 활동한 멤버도 소개했다. “나는 최혜진, 이가영, 이소미, 박교린 등과 재미난 시간을 보냈고, 호주 국제대회 대한골프협회에서 보내준 대회가 기억에 남는다.”라고 그들과의 지난날을 회상했다.

박현경은 시즌 4위를 차지한 ‘하이원 여자오픈’을 아쉬운 대회 2위로 손 꼽았다. “3라운드 끝나고 8타차가 났을 때 친구인 희정이가 우승하리라 믿었다. 큰 실수가 아니라면. . .” 하이원에서 8타는 뒤집기 힘든 스코어라는 것을 안 박현경은 임희정의 우승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준우승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루키 박현경이 시즌 아쉬웠던 대회 1위로는 “ADT 대회 최고의 순위인 3위를 했는데 올해 뛰었던 대회가 가장 잘 되던 대회였다. 샷감이 최상이었고, 50% 부족한 퍼트가 너무 아쉬운 결과물이었다.”라며 “E1 체리티 오픈 17번 홀 오른쪽 해저드(150m)에 빠지며, 양파를 기록한 것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다.”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2019시즌 상금 순위 23위로 3억 천만 원 가까운 상금을 벌어들인 박현경은 ‘돈 관리는 누가? 적지 않은 돈은 벌었는데 꼭 사고 싶은 것을 사봤는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돈 관리는 엄마가 하고 있다. 12월 베트남을 다녀와서 아빠의 ‘머니클립’ 지갑을 선물할 것이다. 엄마는 추후 결정하겠다. 비쌀 것이다.(웃음)”라며 “나도 꼭 가지고 싶은 가방이 있다. 옆으로 매는 크로스 백을 사보고 싶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박현경은 자신의 성격도 서슴없이 얘기했다. “낯을 가린다. 하지만, 조금 친해지거나 자주 마주치면 쑥스러움이 없어진다. 자신감으로도 보일 수 있다.”라며 진실을 느끼게 했다.

한편, LPGA 진출을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세계 랭킹 1위를다.”라며 목표다. 아마추어 때 프로님들이 JLPGA를 추천했다. 나의 공격력을 보고 정교함을 보고 일본 진출을 권했다. 나도 일본 진출을 더 생각한 LPGA 투어에 집착하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국내 대회 우승으로 LPGA 투어 출전 기회가 주어져도 KLPGA 국내 대회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라는 박현경의 얘기에 조금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20 시즌 첫 우승을 기원하는 박현경은, 올 시즌 기록과 내년 시즌 자신이 넘어야 할 기록을 메모장에 수기로 작성, 핸드폰 배경화면에 프로필 사진으로 저장해 놓고 매일 같이 각인한다고 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라는 마지막 질문에 “성적과 상관없이 팬들에게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경기가 끝나고 100분, 1000분이 모두 사인을 원한다 해도 다 해드리고 싶고, 그거에 대한 감사함을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라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2020시즌을 기약했다.

수원 cc에서 만난 박현경은 침착하고 준비성 있는 섬세한 골퍼였다. 여론의 이끌리지 않고, 흥에 겨워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소신이 있는 프로 골퍼로 아이돌 그룹 ‘BTS’ 육성재를 좋아하는 19살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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