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UFO, /박선경

비가 온다 시작도 알 수 없이 대기의 틈새로 흘러가는 빗줄기의 한 부분을

나는 달리고 있다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빗방울 저 끝에서 열기를 잃은

쓸쓸한 빛의 입자들이 눈부시게 반짝, 그러나 나는 이미 흘러가고 없다

끝없이 하강 중이던 너는 어디로 갔을까 우린 서로의 신호를 알아보지 못하고

쓸쓸히 떠나버린 우주선, 잠시 마주친 서로의 이미지를 통과하는 중

빗방울 눈부신 은빛으로 오네 손을 흔들며 멈춰 서있네 작은 행성처럼 내 안에 있던 너의 이름들이 역류하네

일만 광년의 거리에서 일어나는 별의 폭발, 눈부신 파편들이

저마다 홀로 타오르며 사라져가네 나는 온 힘을 다해 말하네

네가 가고 있는 그곳에 나 좀 데려다줄래

나는 공중에 머무네

 

 -박선경 시인의 시세계-

박선경시인은《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현상계와 초현실계의 무중력을 표류하는 시인이다.

그녀의 시어는 어쩌면 지구별에 잘못 불시착해 캄캄한 밤, 떠나온 별을 쳐다보며

그녀가 사는 제주앞바다를 서성이는 방랑자의 독백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다.

생의 반나절은 꿈을 꾸고 깨어있는 반나절은 온갖 구설에 휘말리면서

무인도에 표류한 외계인처럼 고독한 것이 인생이다.

시를 현상학적으로 관찰하면 막연한 우주에 대한 동경과 지구별 방랑자 사이에 흐르는

무중력의 공간으로 묘사되는 이스트랄계의 정신분석적 방언처럼 보이지만,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인간들이 원초적으로 느끼는 떠나온 별,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한숨이 시어로 승화된 것을 엿볼 수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시인의 고독이 그녀가 사는 제주바다처럼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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