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王)도 학습 전에 먹던 “브레인푸드”
긴장으로 인한 복통, 스트레스완화
엿기름, 기침·가래 멈추는데 특효

일반 엿보다는 훨씬 큰 공기구멍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나갔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여전히 ‘수능선물’ 하면 ‘엿’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엿을 합격의 부적으로 여긴 것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풍습이기도 하다.

'엿'은 조선시대 왕(王)도 학습 전에 먹던 ‘브레인푸드’ 로, 시험 전 긴장과 스트레스 완화에 특효약으로 실제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보러 들어가기 전 다들 입에 엿을 하나씩 물고 들어갔다는 내용이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될 정도다.

조선시대 임금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이부자리 안에서 조청 두 숟가락을 먹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달콤한 엿으로 잠든 뇌를 깨웠다.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근원은 포도당으로 체내 흡수속도가 빨라 먹는 즉시 두뇌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또한, 선조들은 폐 기능이 약해져 기침을 많이 할 때면 배를 갈라 엿을 넣고 고아 먹는 민간요법을 쓰기도 했다. 병을 앓는 환자에게 단 음식을 권하는 것도 당분에 기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기는 위장으로 지나친 긴장이 위장을 압박하면 밥맛을 잃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속이 답답하고 꽉 막히는 증상이 나타난다. 엿의 가장 구체적인 효능은 바로 이런 배앓이 증상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엿은 보리의 싹을 틔운 다음 이를 말린 엿기름(맥아)을 거른 물을 밥에 부어 당화시켜 장시간 고아 굳혀 만든다. 엿기름에는 빈혈과 당뇨 등 성인병에 좋은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하며, 비타민B, 철분, 엽산 등 30여 가지의 효소와 시금치나 우유보다 몇 배나 많은 칼륨과 칼슘이 들어있다. 엿의 단맛을 내는 맥아당에는 이 같은 곡류의 다양한 영양 성분이 녹아 있으며, 특히 기력이 없고 허약해 나오는 기침과 가래에 효과를 발휘한다.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고3'수능생들에겐 더없이 좋은 음식(간식)이지 않을 수 없다.

전남 담양의 쌀엿마을의 삼모녀(할머니, 어머니, 딸)

특히 ‘담양쌀엿‘은 대숲 친환경 ’햅쌀’ 과 농민 직배 겉보리 '엿기름'으로 만든 무설탕과 친환경 생강, 참깨를 첨가해 만든 것이 특징이며, 치아에 잘 붙지 않는 깔끔한 식감이 무기이다.

전남 담양의 쌀엿마을의 삼대모녀(할머니, 어머니, 딸)는 평생을 엿과 함께해온 ‘엿의 달인’으로, 전통방식인 대형 가마솥 두 개를 걸고, 장작불을 지펴 엿을 만든다.

좋은 엿을 만들기 위해서는 48시간 이상 소요된다. 한나절 이상 불려 놓은 쌀로 고두밥을 찌고 엿기름과 섞어 따뜻한 온도로 9시간 정도 발효를 시킨다. 식혜가 완성되면 엿밥을 짜내 조청이 될 때까지 가마솥에서 졸인다. 이때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파도가 출렁출렁 일듯이 가마솥에서 금세 넘쳐 버린다.

4~5시간을 고면 색깔이 누런 갱엿으로 변해간다. 이때가 엿을 만드는 작업 중 가장 중요한 ‘땀’을 잡는 작업으로, 갱엿의 상태가 무른지 된지를 살핀다. 나무주걱으로 고던 갱엿을 한 움큼 떴을 때 유리벽처럼 일직선으로 곱게 흘러내려야 좋은 상태다. 식힌 갱엿을 온도와 습도를 맞춘 방 안에서 두 사람이 잡아당겨 바람 넣는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엿’이 완성된다.

갱엿에서 하얀 엿 덩어리로 만드는 초벌 과정만 빼고는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그야말로 고된 노동이다.

최근, 인스턴트 간식에 밀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전통 간식 ‘엿’

엿에 의미 뿐 아니라 예민한 수험생에게는 긴장과 스트레스, 소화불량을 완화하는 효능을 지닌 지혜롭고 과학적인 선물임을 알고, '엿'을 통해 잠시나마 긴장을 덜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수험의 과정 또한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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