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43세, 남)는 평소 ‘소화가 안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잦은 트림과 함께 만성소화불량에 시달리면서 술을 비롯해 밀가루 음식, 매운 요리 등 가리는 음식이 많아 불편할 때가 많다. 몇 달 전부터는 만성소화불량 증상 외에도 어지러움증까지 생겼다.
위장 내시경, 복부CT, 머리 MRI 등 병원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었으며 스트레스성 위염 진단을 받았다. 처방약은 물론 위장에 좋다는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했지만 ‘좋아지는 듯 하다 재발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지인소개로 한의원을 찾은 A씨는 담적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어지러움증 증상도 덜하고 소화도 잘되는 느낌이다.
부천으뜸한의원 박지영 원장(한의학박사)에 따르면 평소 만성소화불량 증상과 함께 어지러움증이 있는데, 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때 한의학적으로는 담적병(痰積病)이 원인일 수 있다고 한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과도한 스트레스로 위 내용물이 소화되지 못하고 부패하면서 발생한 독소(담음)가 위 외벽에 침윤하여 딱딱하고 굳어진 것을 담적(痰積)이라고 하고 담적이 유발하는 각종 질환을 담적병(痰積病)이라고 한다.
박지영 원장은 “담적병(담적증)은 위염이나 위궤양처럼 장기의 표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인 이상을 말하는 것으로, 잦은 트림과 복부팽만감, 명치통증, 복통, 설사, 변비 등 다양한 소화불량 증상에도 내시경이나 CT, MRI 등 각종 검사로 확인이 어렵다. 따라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치료시기도 그만큼 길어져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장기치료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담적 독소가 혈관과 림프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서 위장증세 외에도 이차로 역류성식도염, 과민성대장증후군, 어깨결림, 두통, 만성피로, 어지러움증, 우울증, 불면증 증상을, 여성의 경우 생리통, 생리불순, 조기폐경 등의 전신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담적병(痰積病, 담적증)은 이처럼 광범위한 증상으로 현대한의학에서는 ‘담적증후군’이라도 부른다.
평소 소화불량에 시달린다면 자가진단을 통해 소화기, 신경계, 순환계, 비뇨생시기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담적병(담적증)을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음은 박지영 원장이 말하는 자가진단법이다.
첫째, 소화기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명치와 배꼽 사이가 더부룩하고 덩어리처럼 딱딱한 것이 만져진다. △속이 자주 메슥거리고 울렁거린다. △트림이 수시로 나고 가스가 자주 찬다. △설사와 변비 등이 반복된다. △명치끝통증이나 명치아래통증이 있다.
둘째, 신경계 증상은 △머리가 무겁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 잦다. △어지러움을 자주 느낀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불면증 증상이 나타난다.
셋째, 순환계 증상으로는 △신장기능은 정상인데 얼굴이나 손발이 잘 붓는다. △등이 결린다. △오른쪽, 왼쪽갈비뼈아래통증이 있다. △항상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
마지막으로, 비뇨생식기계 증상으로는 △소변양은 적은데 자주 마렵다. △남성의 경우 성욕이 감소하고 성기능이 떨어진다. △여성의 경우 냉대하가 많다.
위의 증상 중 5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담적병(담적증)을 의심하고 한의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담적병(담적증)의 치료방법으로는 담적 독소를 제거하고 예방하는 한약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위장에서 발생한 담적 독소가 인체의 체액 중에 머물러 기혈 순환을 방해하면서 각종 질환을 야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약치료는 담적을 체외로 배출하고 기혈순환을 원활케 하는 데 효과적이며 약침과 침, 온열치료 등이 병행되면서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고 위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소화액이 정상적으로 분비될 수 도와 담적병(담적증)을 치료하게 된다.
끝으로, 박지영 원장은 “담적병은 진단이 어려운 만큼 치료도 까다로운 질환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한의원 치료와 함께 일상에서 생활습관 개선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규칙적 식사는 물론 과식, 야식을 피하고 취미생활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하루 30분이상의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실천하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담적병 재발을 막을 수 있고 예방에도 효과적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