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음식과 나의 삶의 방식에 따라 내 후손의 유전자가 결정된다.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김영선기자] 

“어떤 것을 먹느냐, 어떤 삶을 사느냐”에 다라 “완전히 같은 DNA, 그러나 완전히 다른 생명체”가 된다.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내용이지만, 후성유전학에서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또한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이러한 후성유전학의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미국의 9.11테러나 한국전쟁, 광주의 5.18, 세월호 등 충격적인 사고를 경험한 후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 여성들에게서 상당히 낮은 코티솔 호르몬 수치가 발견되었다. 게다가 9.11 당시 임신 중이었던 아기들은 태어난 후 그 부모보다 더 낮은 코티솔 수치를 나타냈다. 이렇듯 코티솔 수치가 낮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 유전적 데이터가 그 다음 후손들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집단 따돌림이나 성추행 등을 겪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경험한 사건이 좋았든지 나빴든지 간에 시간이 지나면 잊거나 기억이 퇴색된다. 그러나 우리의 DNA는 충격적 사건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기록한 뒤 후손에게 물려주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유전적 데이터가 대물림된 아이들은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적 장애, 자살충동 등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먹는 음식들은 나의 DNA를 변화시켜서 특정 질환에 걸리게도 하고 예방하게도 하는데, 나의 변화된 유전적 데이터는 내 후손에게 그대로 전해져 암이나 당뇨 발병률이 높은 유전적 데이터를 물려받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고도 DNA를 변화시키는 메틸화 표지는 유전자를 켜거나 끄는 신호체계를 바꿈으로써 당뇨, 비만, 암, 그리고 기타 신경증까지도 대물림할 수 있다.

꿀벌 사회의 일벌과 여왕벌은 같은 DNA를 가졌지만, 생김새도 다르고 다른 종류의 일을 하는 다른 생명체이다. 로얄제리를 먹고 안 먹고의 차이가 벌들에게 다른 발달을 가져온 것이다. 우리 인간은 분명 벌들과 다르지만, 후성유전학적 변화들은 다르지 않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먹거리부터 사회적인 여러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만 참으면”이라거나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식의 “상황만 모면하고 보면, 언젠가는 잊혀 질 것”으로 여기고 지나쳐서는 안 되겠다. 우리는 잊었으나 우리의 DNA에는 그대로 남아서 대물림의 악순환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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