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1일, 박근혜 정부는 또 다시 대학의 자율성을 유린하는 폭거를 자행하였다. 경북대 구성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동일한 총장후보를 추천하였음에도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두 차례 모두 1순위 후보를 거부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총장직선제를 교육부가 일률적으로 폐지하라마라 강요하기보다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당선 후,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하여 총장직선제 폐지를 한층 더 압박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정부의 압박에 굴복하여 간선제를 채택한 대학마저 교육부는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총장임용을 거부하거나 2순위 후보를 총장으로 임용하는 파행을 거듭하였다.

이중 우리 대학이 두 차례나 겪은 총장임용의 파행적 행태는 국내는 물론 세계 대학의 역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기 힘든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세상에서 두 차례나 좌절당한 1순위 후보자에게 깊고 깊은 위로의 말밖에 전할 수 없는 무기력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2년여에 걸친 총장부재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힘을 모아준 학내구성원과 동문 그리고 지역사회에 송구할 따름이다. 권력과 자본에 의해 점령당한 대학의 현실, 원칙과 정의가 무너진 교육의 현장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참담한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안겨준 2년여의 고통은 더 이상 ‘굴복이 또 다른 굴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통렬한 반성과 값비싼 교훈을 얻게 하였다. 총장직선제 폐지 압력에 대한 굴복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였는지 우리 스스로 생생하게 목도한 것이다.

이에 우리 경북대 교수회는 대학 자율의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철저하게 짓밟힌 대학의 자존감을 회복하며, 나아가 미래지향적 대학발전의 디딤돌을 놓기 위하여, 총장직선제의 회복을 관철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현 정부에 엄중히 요구한다.

- 경북대 제18대 총장임용 1순위 후보자에 대한 배척 사유를 즉각 공개하라!

-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대학통제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 대학 구성원이 합의하는 총장 선출 방식을 전면적으로 수용하라!

 

2016.10.24.

경북대학교 교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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