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문학들 올해의 작품상 수상

심진숙 시인
심진숙 시인

 

심진숙 시인의 시 ‘바람의 집’이 계간 종합문예지 ‘문학들’의 ‘제2회 문학들 올해의 작품상’에 선정됐다.

심진숙 작가는 지난 29일 BHC치킨 광주금남로 27번가점에서 열린 ‘문학들’ 시상식에서 올해의 작품상과 함께 200만원의 상금과 상패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바람의 집’은 일과성에 매몰된 듯한 지금의 시적 경향과는 다르게 하나의 상징으로부터 시공을 넘나드는 문학적 상상력을 거칠 것 없이, 그러면서도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지며 조곤조곤 전하는 독특함을 겸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심진숙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바람은 오랜 기억을 품었고 나무는 그 바람의 기억으로 새겨진 집”이라며 “바람의 집 속에서 오늘도 고독하고 치열한 생존 속에 있는 그리운 사람들에게 안부를 썼다”고 말했다.

수상작은 계간 ‘문학들’ 2022년 가을호(통권 69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종합문예지 계각 ‘문학들’(발행인 송광룡)은 2005년 가을호로 창간된 광주전남의 대표적인 종합문예지다.

‘문학들 올해의 작품상’은 계간 ‘문학들’이 지역문학을 활성화하고 한국 문학의 미래를 견인하고자 직전 1년 동안 계간 ‘문학들’에 발표된 광주·전남 지역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하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 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수상작은 ‘문학들’ 편집위원이 장르별 심사를 거쳐 추천하고 최종 합평을 통해 전원 합의방식으로 결정한다.

한편 심진숙 시인은 담양문화원 담양학연구소장을 맡아 지역의 각종 전설과 자연을 소재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담양의 숨어있는 골목길을 소재로 한 에세이집 ‘일년살이 골목길’이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에세이집 부문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본지에 심진숙 작가가 들려주는 마을길 이야기를 연재해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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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집

심진숙

봉황을 기다려 대를 심었던 옛사람들의 마음을 찾아가는 날, 하늘에 묵죽을 치고 있던 바람이 마중합니다

허공을 켜는 새의 뜨거운 날개를 오래 바라보노라면 영혼은 얼마나 먼 데서 오는 것인지

당신도 나도 천년의 하늘 그보다 더 먼 데서 도착한 안부입니다

마한의 솟대 위에 앉아있던 새처럼 외줄기 대 위에서 잠을 청하는 백로들,

어린 백로들이 하늘로 새 길을 여는 오늘은 품에서 새끼를 떼어내는 어미와 허공에 첫발을 딛는 어린 것들의 날 선 울음이 대숲을 뒤흔듭니다

우리를 지상의 한 모퉁이에 살아있도록 하는 저 숟가락 같은 소요 속 알 수 없는 숙연함으로 고요해지는 중심이 열립니다

하늘의 큰 새가 날개를 펼칠 때마다 바람이 일던 시대, 유랑의 언덕을 넘고 습지를 헤쳐

바람의 집에 깃든 마한의 사람들은 바위에 별자리를 새기고 북소리 하늘 높이 날려 보냈습니다

솟대 위에 새를 앉히고, 흙으로 빚은 사발에도 새의 날개를 그렸습니다

움집터와 분구묘 속 유리옥 거푸집의 파편들까지 영원을 품은 나무를 찾아서 오랜 여행을 살아온 것들,

고독의 잔해를 견디며 바람이 된 것들과 바람이 될 모든 것들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부터 북이 웁니다

천년을 넘어온 태목리 대숲, 바람의 집에서는 막 껍질을 벗고 솟아오른 청대와 빛바랜 줄기 위 검푸른 이끼들

일렁이는 시간의 비늘이 서로의 빛깔을 비추고 있으니, 우리도 서로의 안부가 되어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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