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북구(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자연과 사람들의 지혜는 지역 고유의 음식을 만들어 낸다. 일본 신슈(信州)의 얼음떡(동결떡)이 그렇다. 일본 신슈(信州)는 나가노현(長野縣)의 옛 이름이다.

나가노현은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히다(飛屎), 기소(木曾), 아카이시(赤石)의 산맥이 걸쳐 있는 곳이며, 1998년에 제18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곳이다. 동계올림픽이 말해주듯 겨울은 가혹한 추위로 유명한 곳이다.

신슈의 동결떡은 가혹한 추위가 낳은 전통적인 자연식이다. 나가노현 북부의 오마치시(大町市)와 남부의 카미이나군(上伊那郡) 이이지마쵸(飯島町)에서 주로 생산되는 동결떡은 특유의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것으로 생산 지역이 한정되어 있다. 

특유의 자연환경이란 쌀의 생산이 많고, 1~2월에 밤의 외기온이 영하 5℃ 이하로 매우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점이다. 신슈의 조상들은 이 자연환경을 이용해서 동결떡이라는 특별한 음식을 만들었다.

동결떡의 제조는 겨울철에 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사각형의 떡을 만들어 5-10개씩 끈으로 엮어서처마 끝에 매달아 바람에 노출시켰다. 그렇게 2개월 정도 추위에 노출된 떡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건조되기 때문에 1년 정도 저장할 수 있다. 

신슈 사람들은 이 떡을 바삭바삭하게 구워 먹거나 분쇄해서 죽으로 끓여 먹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용했다. 최근에는 이것을 미지근한 물에 2-3분 넣었다가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한 다음 설탕 등을 뿌려 먹기도 한다.

튀겨 먹거나 프라이팬 등에 고소하게 구운 후 녹인 버터를 발라 먹기도 하는 등 이용 방법은 현대적인 방법이 가미되어 이용되고 있다. 고령자분들은 보존이 쉽고 가벼워 동결떡을 등산식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동결떡을 분쇄하면 그 가루가 매우 부드러워 요양원 죽으로도 이용된다.

신슈의 추운 자연환경은 동결떡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여름철 딸기 산지를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여름철은 고온으로 시원한 기후를 좋아하는 딸기 생산을 어렵게 하는데, 신슈는 여름철에도 온도가 낮아 딸기 생산에 적지가 되어 여름철과 가을철의 딸기 유명 산지가 되었다.

신슈의 자연이 만들어 낸 전통 식품인 동결떡을 상품화해 왔던 신슈의 나가노현 가미이나군(上伊那郡) 이이지마쵸(飯島町)의 농사조합법인에서는 동결떡과 새로운 특산물이 된 딸기를 결합한 딸기다이후쿠(大福) 혹은 다이후쿠모찌(だいふくもち)라는 상품을 만들어 냈다.

이 상품은 우리나라에서 생딸기 찹쌀떡, 딸기모찌로 알려진 것이다. 신슈에서 생딸기 찹쌀떡(だいふくもち)의 제조법은 동결떡에 열을 가해 6등분으로 나눠서 납작하게 한 다음 팥소를 놓고, 그 위에 신선한 딸기를 올려놓은 다음 동결떡피로 감싸서 둥글게 만든다. 

일본에서 제조법이 개발된 생딸기 찹쌀떡은 우리나라에서도 각지에서 인기리에 제조와 판매가 되고 있으며, 담양에도 전문점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딸기를 다양하게 즐기는 즐거움의 제공과 딸기 소비 확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일본 신슈의 동결떡과 여름딸기 못지않게 담양딸기, 담양대나무, 담양한과라는 자원을 갖고 있는 담양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세계적인 죽공예산지, 딸기 산지가 되어 왔듯이 이번에는 담양 댓잎 딸기 떡과 한과 등 담양의 자원을 활용한 인기 딸기 상품을 만들어 내는 지혜와 저력을 보여 주길 바란다. 

■ 허북구 농업 칼럼니스트
- 목포대학교 원예과학과 농학박사
- 원광대학교 원예학과 겸임교수 및 동서보완의학 대학원 강사 역임 
- 유네스코 자카르타 사무국, 미국 MICA 초청 등 해외 강연 25회
-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대한민국수공예대전, 대한민국압화대전 심사위원 역임
- 대만 타이난시정부 초청 등 해외에서 지화(紙花) 개인전 6회 개최
- ‘탄소농업’ 등 국내외 저서 120권, 국내외 학술지 게재논문 3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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