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의 역사와 탐라문화의 정체성’ 주제로 3월 미래혁신 강연

유홍준 교수“제주 고유의 것에 스토리 입혀야”

제주특별자치도가 22일 오후 4시 도청 본관 4층 탐라홀에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집필한 미술사학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를 초청해 3월 미래혁신 강연을 개최했다.

제주문화의 가치와 발전방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탐라문화의 정체성을 반영한 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유홍준 교수는 문화재청장과 제주 추사기념관 명예관장을 역임했으며,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남제주군 시절까지 포함해 명예도민증을 2번이나 받을 만큼 제주와 인연이 깊다. 제주 추사기념관에 유 교수가 기증한 유물 130여 점(직접 기증 30여 점, 부국 문화재단을 통한 기증 100여 점)도 있다.

유홍준 교수는 “제주 공직자들은 일상적이고 맨날 보는 거라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청정제주의 아름다움을 원래 모습대로 보존하고 홍보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는 유 교수와 제주 곳곳을 답사하듯 이어졌다. 제주시 애월읍 항파두리에서는 고려시대의 마지막 저항 삼별초 항쟁을 통해 제주사람들의 강인한 생활력을 엿봤고,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용천동굴, 제주해녀의 상징 불턱, 제주 출신 재일교포들의 애향심과 기부정신이 깃든 송덕비, 섬이라는 특성상 제한된 자원을 나눠쓰는 조냥정신 등을 차례로 설명하며, “제주의 자연과 연결되는 문화와 미담을 발굴해서 공동체 정신을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성산일출봉, 용암동굴, 한라산 등 수많은 명소를 언급하면서도 제주의 최고 자산으로는 오름을 꼽았다. 산책하듯 거닐며 대자연이 주는 곡선미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현기영 작가의 소설 ‘마지막 테우리’에서처럼 옛날과 같이 오름에 말테우리가 있었으면 한다”며 “되도록 제주도에 오래 머물도록 해주고 삶의 체취를 보존하면 이 자체가 엄청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민들이 마을과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 본향당에서 소지를 나무에 걸어두는 풍습도 예시로 들었다. 유 교수는 “당 신앙의 뿌리인 본향당을 중심으로 제주에서만 할 수 있는 이벤트”라며 “제주 설문대 할망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스토리텔링을 하면 제주 민속에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제주도 편에서도 제주 목관아 복원을 언급하며 “새로 지은 관아 건물에서 많은 문화행사를 열어 사람의 체온을 건물에 실어줘야 하고 대문 앞 관덕정 광장에도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오영훈 도지사는 “제주 역사와 문화에 대해 살펴보며 제주의 자원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느껴보는 시간”이라며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새로운 이정표를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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