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오페라하우스 소극장
2024.03.16. 영상제작_CKN_차경녀

제목: 전선의 야곡 DMZ에서

영성시인 박수정

 

이름 모른 작은 풀꽃 한송이 풀숲에 숨었다 내가 보았다

우거진 풀들이 말하네 어느 병사의 녹슬은 철모도 저만큼 숨어 있다고

아~ 슬픈 DMZ에 전선의 야곡 풀꽃 한 송이 그 꽃이 어느 병사의 넋이었단 말인가!

별빛 쏟아지는 최전선의 비무장지대 지금도 지뢰밭 투성이 지뢰밭 투성이

 

그 DMZ 이름 모른 병사의 철모를 다시 찾았을 때

풀 숲에 숨어 있는 풀꽃 한송이 마음을 저리게 한다

아니 절규하는 소리가 들린다

넋이야 있건 없건 어느 병사의 영혼을 보았네

 

휘영 찬 달빛 아래 이름없는 군번이 유난히도 빛이 나네

이름 모른 그 병사 누군가의 아들, 모든 어머니의 아들이었다

더욱 가슴이 시려 온다

동포의 가슴에 총칼을 겨누던 최전선 비무장지대 DMZ에

그를 위해 일만 주의 샤론의 꽃 무궁화를 심었네

이 작은 손으로 이 작은 손으로 어찌 다 채웠으리요

여기엔 KIM and PARK, JANG & BAEK 그 작은 손들이 또 있었네

그 영들의 소리 오갈 때 임진강도 소리없이 흐느꼈네

도도히 흐르거라 말했건만 숨죽이며 흐르고 있네

 

동포여 북녘 하늘을 한번만 더 보아다오

우리의 형제들이 우리를 향해 남녘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네

풀꽃 한 송이가 이 마음을 흔들어 깨운다

그 풀꽃 잠든 영혼에게 나는 오늘도 숨죽여 기도한다. 전선의 야곡이라고

샤론의 꽃 무궁화 만발할 때 8.15가 오면 다시 만나자고

 

평화의 꽃동산을 만들었네. 그대 위하여 만들었네

이제는 잠든 영혼이 아니예요. 지금 숨소리 들리는 이 자리

산 자와 죽은 자가 우리 모두 함께 하고 있네. 함께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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