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봄의 운치가 물씬 풍기는 봄까치꽃차

 

봄햇살이 화사하게 퍼지니 들썩거리는 마음에 밖을 나섰다. 멀리 보이는 매화밭에 하얗게 매화가 피어나고 있다. 홀린 듯 꽃을 따라 다가서면 발밑에 봄까치꽃이 마중을 나와 있다. 한 걸음 뒤로 물리고 그곳에 앉아서 눈맞춤을 했다. 꿀벌들이 붕붕거리는 소리와 함께 봄까치꽃과 벌들은 열심히 봄의 향연을 연주하며 춤추는 듯했다. 

남보라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봄바람에 가느다란 꽃잎이 살짝씩 팔랑인다. 땅을 뒤덮는 잎과 꽃이 아름다워 ‘땅을 덮는 비단’이라는 의미로 ‘지금(地錦)’이라고 불리 우는 봄까치꽃은 우리나라 풀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이른 봄부터 피어나는 어린순은 나물로 먹으며, 이 시기의 꽃은 꿀벌들의 소중한 밀원자원이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말려 지혈, 요통, 백대하의 치료 약재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특별한 식물이나 꽃을 보면 귀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말 귀한 것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남들이 지나치는 부분에 있을 때가 많다. 봄까치꽃은 풀꽃으로 잠시 스쳤다가 지나가는 꽃이고,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못 보고 지나치는 꽃이다. 그러기에 자원 활용화 식물로는 더 없이 귀한꽃이기도 하다. 구하기 힘든 외국품종을 들여와 정착시키고 재배하기까지는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비용 등을 생각한다면, 이 땅에서 피어나 살아가는 꽃들에게 특별함을 부여해보면 좋겠다.

2018년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호남관광박람회에서 ‘꽃차산업특별관’을 꾸렸었다. 이때 특별기획으로 「한국꽃차 100선」을 선보였는데,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 이미 상품으로써 자원 가치가 인정된 꽃차와 장차 발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는 꽃차 100가지를 전시했다. 전시를 통해 지역에 적합한 ‘꽃차’, 지역의 특성을 담아낸 ‘꽃차’의 자원 가치가 품은 잠재성을 조명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식품 시장에서는, 먼저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생산하여 지속적인 공급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봄까치꽃은 여러 측면에서 장단점을 고려하여, 다시 한 번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는 꽃이라고 생각된다.

봄까치꽃 꽃줄기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꽃을 훑듯이 딴다. 고운 채반에 꽃을 얇게 펴서 말린다. 꽃이 작고 얇아서 하루면 건조가 되는데 가능한 손이 많이 닿지 않게 주의한다. 건조된 꽃은 수증기에서 약 10초간 쪄준다. 이때 뚜껑을 닫지 않은 상태에서 수증기 위로 채반을 흔들어 수증기가 꽃에 잠깐 머물다 바로 통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수증기가 꽃에 머물게 되면 꽃의 양에 따라 꽃의 색이 하얗게 변할 수 있으므로 유의한다. 완성된 꽃차는 병립하여 냉장 또는 냉동보관하여 사용한다.

봄까치꽃차 1티스푼을 300ml 티팟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1분 간 우려내어 마신다. 연한 단맛과 꽃들이 물 위에 동동거리며 피는 모습이 앙증맞다. 이어 꽃에서 노란 듯 초록색의 찻물이 우러나오면 봄의 풋풋함과 이어지는 향을 담아 마시는 듯하다.

꽃이 작아 채취에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공을 들인 만큼 가져다주는 행복도 가득하다. 이 봄, 시간을 조금 나눠서 봄까치꽃에게 줘보는 건 어떨까. 오후가 되니 다시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봄까치꽃에 매달린 벌들의 움직임도 조금 더 바빠진 것 같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함께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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