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알을 품고 있다하여 ‘계곡’

동네한바퀴(72) 대전면 갑향리 계곡마을 
닭이 알을 품고 있다하여 ‘계곡’
어른 공경하고 화합이 잘되는 마을

▲마을회관의 어르신들
▲마을회관의 어르신들

(사)담양군농촌체험관광협의회에서 조희진 님과의 인연으로 갑향리 2구 계곡마을을 알게 되었다. 계곡마을은 1736년 영조 때 남평문씨 덕명공이 이주한 것이 시초라는 전설이 있어서 3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마을전경
▲마을전경

이런 전설을 증빙하듯 마을 입구에는 병참판(兵參判)과 증숭록 대부영의정(贈崇錄 大夫領議政) 등을 역임한 조상들을 모시는 문씨 사당 운산사(雲山祠)가 있는데,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 마을은 지세가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계곡(鷄谷)마을이라고 불렸으나 나중에 풍수지리설에 이곳의 지세가 옥토망월형(玉土望月形)이라고 해서 계곡(桂谷)으로 변경되었다. 

▲마을정자(계월정)
▲마을정자(계월정)

마을회관 앞에는 보호수인 버드나무가 있는데 수령이 오래되었음에도 건강하고 수피가 살아 움직이는 듯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마을회관에 들어가 보니 어르신들이 모여서 마을주민이 기부한 꼬막을 먹고 있다가 같이 나눠 먹자고 주셨다. 어르신들에게 마을 자랑을 부탁드렸다. 어르신 세 분이 돌아가면서 계곡마을 주민들은 양심 바르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며, 화합이 잘 된다고 한마디씩 했다. 화기애애한 마을회관을 나오면서 “어르신들이 자기 생활터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마을단위 노인요양시설’ 시범사업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조희진 님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이 됐다. 

마을회관을 나와 조희진 님과 마을 골목길을 돌아봤다. 골목길도 넓고 50호가 살고 있어서 도시의 외곽에 있는 마을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담장도 거의 시멘트 블록으로 되어있었는데 이전에는 대나무 울타리였다고 한다. 계곡마을은 원래 ‘오지 마을’이었지만 10여 년 전에 건설된 ‘빛고을로’ 덕분에 실재 계곡마을에서 광주까지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주민들도 마을주민의 1/3이나 된다. 

이 마을은 1975년경 비닐하우스 농사가 시작될 무렵 선도적으로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인지 마을 앞에 비닐하우스가 많았다. 현재 마을주민의 절반 정도가 농사를 짓고 있으며, 15호 정도가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농사를 짓고 있다. 

▲조희진님 농장의 한라봉
▲조희진님 농장의 한라봉

혼자서 비닐하우스 농사 구경을 하다가 도란도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들어가 보니 블루베리 농장이었다. 주인분께 들어가 봐도 되는지 여쭈자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덕분에 난생처음 3월의 블루베리 비닐하우스 농사를 보게 되었다.

 블루베리 농장 안주인이 모자를 쓰고 우아한 자세로 블루베리 꽃을 솎아 주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짧은 순간 ‘나도 농사 지어 볼까?’라는 상상에 빠졌다. 활짝 핀 블루베리 꽃들 사이로 꿀벌들은 꽃들을 수정하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참 동안 블루베리 꽃을 감상하고 밖으로 나와 다른 하우스 농사를 살펴보니 마늘·딸기 등을 재배하고 있었다. 

나는 농부가 아니지만 내 부모님이 농부이셨기 때문인지 농사에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조희진 님 농장(조희진 님은 1997년 대전면 집단화사업이 시행될 때 중옥리에 토지를 마련했다.)을 보러 갔는데 멜론,토마토,한라봉 3가지 농사를 짓고 있다. 지금은 아드님까지 농사에 합류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조희진 님의 부인은 농장에서 가지치기 하다가 무성한 이파리와 가지 뒤에 숨어있던 한라봉이 나왔다고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한라봉 맛이 좋아서 집에서 먹을 분량을 샀는데 덤을 많이 주셔서 이웃과 나눔 했다. 

오늘 만난 조희진 님과 블루베리 농장주, 두 농민 모두 시골로 오길 잘했다고 했다. 블루베리 농장주는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 위원장님이었다. 또 조희진 님은 아들 부부까지 농사에 합류했다. 우리는 농사가 수익이 담보되지 않는다거나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오늘 나는 부인들까지 만족스러워 하는 농부생활을 하는 두 농부를 만남으로써 밝은 농업의 미래가 연상되어 기분이 좋았다. 

일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 전화상으로 도움 주신 이장님, 마을 탐방을 도와주신 조희진님, 블루베리 농장 탐방을 허락해주신 위원장님, 그리고 마을회관에서 맛있는 꼬막을 맛보게 해주신 어르신들께 감사드린다.

▲조희진님 농장의 한라봉
▲조희진님 농장의 한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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