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을 취하다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 취상(取象)이라는 전시주제로 2024년 3월 4일부터 3월9일까지, 강남 봉은사역 인근의 ‘스튜디오 안 갤러리’ 에서 김은아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민화는 천지사물의 변화로 내재된 생생한 자연의 이치를 취하여 인간의 바람을 형상하여 그림에 깃들이게 하는 것이다’ 라는 그 바람을 담은 김은아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유가미학을 연구하며, 유학대학원에서 동양미학을 강의하는 성균관대학교 예술철학박사이다. 전시된 작품은 17여점인데 특히 운룡도라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용은 실제의 동물과 상상속 동물들의 강점만을 취해 만든 것이다. “갑진년 청용의 해” 에 길상의 의미와 바람을 담아 단색으로 힘찬 용을 취상한 그림이다.

그리고 심학도(퇴계의 성학십도중 제8도)는 작가의 순수지선을 향한 덕의 향기가 무억인지를 알게 해 준다. ‘나비는 경(敬) 안에 있는 마음의 덕을 뜻하며 감정의 순선만을 아는 감정의 ‘자기이해’ 또는 ‘자기치유’이다. 라며 이 작품을 통해서 감정에 메마른 우리의 생이 감정의 진실에 눈 떴으면 한다’고 했다.

                                             심학도(성학십도의 제8도), 퇴계의 테라피
                                             심학도(성학십도의 제8도), 퇴계의 테라피
                                                                   전시실 내부
                                                                   전시실 내부

작가의 사유(思惟)

‘자연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형용함에 있어 ‘형상을 취하다’라는 취상(取象)이라는 사유 방법은 고대시대 철학자와 미학자, 문학자에 의해 미학의 영역에서 사용되었다.

취상이라는 사유 방법을 통해 우주의 심오하고 미묘한 도리의 표현에 중점을 두고 만물의 내재적 특성인 정신성과 생기, 기운 등을 형상에 깃들이게 하고자 하였다.

취상의 상象은 상상력과 통찰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정신적인 상태를 의미할 수 있다. 눈으로 보는 생각이 미치는 곳에 어김없이 자연지상(自然之象)이 있지만 그러한 상을 인식하고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과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취상의 개념을 가져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선조들이 정의한 그림은 백성을 교화시키고 인륜을 돕는다’는 그림의 큰 의미와 역할의 관점으로 민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름 없는 작가의 그림으로 냉대한 일본의 민예 학자의 민화에 대한 평가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화에는 자연의 이치를 형용함에 취상이라는 사유방법이 더욱 잘 표현되어 있으며, 여기에 대해 심미적으로 해석된 의미인 ‘인간의 바람’을 형상하여 그림에 깃들이게 하였다는 점은 작가의 능력과 안목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할 수 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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