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가졌던 선입관이나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중시하고 반증을 경시하려는 경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1983년 미국의 「맥마틴유치원 사건」은 집단적인 확증편향에 의한 누명사건이다. 이 사건은 유치원을 다녀온 아들의 항문이 붉어 보여,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시작되었다. 경찰은 유치원 학부모들에게 아동 성범죄자가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수년 동안 은밀하게 성적 학대가 있었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회복지사는 원생들에게 집요하게 질문한 결과 원하는 답을 얻어 내었다. 그 소식을 들은 부모들은 흥분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이들을 추궁했다. 부모들은 아이들로부터 당했다라는 답을 여러 건 받아내었다. 피해 신고는 점차 늘어났고 피해 사실은 점점 더 엽기적이고 구체화 되어갔다. 

경찰은 유치원 직원들을 체포했고, 언론은 대서특필했으며, 지역사회는 엄청나게 공분했다. 결론은 7년 만에 항소법원에서 전원 무죄 판결이 선고되면서 누명을 벗었다. 수사과정에서 이미 많은 반증이 있었지만 무시해 버린 것이었다. 

맥마틴유치원 사건은 ‘우리는 아이들을 믿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맥마틴유치원의 한 학부형은 아들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맥마틴유치원 학부모들은 “절대 의심할 수 없어요. 우리 아들이 그런 말을 꾸며낼 리가…… 그럴 수는 없어요.” 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부산 소재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던 ‘장구핀’아동학대 누명사건에서도 있었다.

유도 질문과 추궁 등으로 아이들의 기억을 왜곡시킨 어른들이 터무니없는 주장과 의심으로 한 사람의 삶을 짓밟고도 사과는커녕,  ‘우리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라며 아이들을 방패 삼아 여전히 보육교사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반복된 유도 질문, 부모의 허위 진술, 편파적인 수사,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2심 재판부 등 상당히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데에는 인터넷커뮤니티와 언론의 영향이 컸다.

어린이집·유치원의 아동학대 사건이 자주 이슈화되면서 불안과 의심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교사를 잠재적 아동학대 가해자로 보는 경향이 심해졌다.

2022년 아동학대 행위자 유형별 부모 82.7%, 학교 5.7%, 어린이집과 유치원 2.5%
2022년 아동학대 행위자 유형별 부모 82.7%, 학교 5.7%, 어린이집과 유치원 2.5%

어린이집·유치원의 아동학대 사건은 가정이나 학교보다 발생 빈도는 낮지만, 아동학대 신고만 있어도 보도되는 일이 잦았다. CCTV 영상을 몰래 찍어 언론에 제보하거나 인터넷커뮤니티에 게시하면 여론화는 더 쉬워진다.

사건이 공론화가 되면 대중도 확증편향을 가지게 된다. 악마로 낙인 찍힌 사람이 어렵게 누명임이 밝혀지더라도, 낙인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장구핀’아동학대 누명사건의 부모들도 CCTV를 폰으로 촬영해 언론에 제보했고, 인터넷커뮤니티에 진단서 등을 공개하며 여론화에 적극적이었다.

왼쪽은 부모들이 올린 사진이며, 오른쪽은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이 보내 준 사진
왼쪽은 부모들이 올린 사진이며, 오른쪽은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이 보내 준 사진

부모들은 장구핀에 찔려서 생긴 상처라며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했고, 언론은 학대 증거인 마냥 그대로 보도했다. 그러나 장구핀에 찔린 상처와 유사한 상처나 흔적들은 사람의 몸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진단서를 발급해 주었던 피부과 전문의조차 법정에 출석해 아동의 몸에서 발견된 상처가 핀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증언했었다. 

경찰은 부모들이 언론에 제보할 CCTV가 필요하다고 하자 CCTV 영상을 휴대폰으로 찍어갈 수 있도록 눈감아 주었다. CCTV를 제보받은 언론사는 보육교사가 학대를 저지르고 있는 장면이라는 설명과 함께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영상은 보육교사가 서서 담요를 정리하는 등 일상생활 장면이었을 뿐 아동학대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허위 보도에 대해 방송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언론은 아동학대 사건에 있어 표면적으로는 알 권리와 공익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내용을 경쟁적으로 보도해왔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되면 될수록 부모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불안감은 보육현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그 불신은 확증편향에 의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것이다.

부당하게 죄를 뒤집어쓴 보육교사는 겪지 않아도 되는 경험으로 지금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짓지도 않은 죄를 인정하라는 부모들과 수사기관 앞에 그는 억울함을 넘어 무력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그 기억은 지금도 문득문득 떠올라 자신을 괴롭힌다고 했다.

며칠 전 늦은 밤 그에게 전화가 왔다.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통보를 받았는데 ….” 말을 제대로 잊지 못할 만큼 그는 힘들어했다.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자 보육교사는 법원 건물 안에서 부모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폭언과 폭행을 당해, 여러 군데 멍이 들었고 3주 진단을 받았었다(2심 유죄선고가 나자 부모들은 억대 민사소송을 제기했었음). 그러나 폭행으로 기소된 사람은 부모들 중 단 한 명뿐이었다. 기소된 K 외 다른 부모들은 폭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기 때문이다. K는 무죄가 선고되어 화가 나 1대 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 K에 대한 1심 재판에 보육교사가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다.

피해자 신분으로 증인 출석을 하는 것이지만, 보육교사는 법정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서 힘들다고 했다. “죽음도 생각했지만 이겨냈고, 구속까지 되었지만, 무죄가 밝혀졌으니 저는 그래도 운이 좋은 사람이죠. 가족들과 신앙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증인 출석 통보를 받은 후부터는 잠을 잘 수가 없어요.”라며 울먹였다. 

보육교사는 ‘오해해서 미안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보육교사는 용서해 주면 괴로움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용서는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사과한 사람은 부모들 중 오직 단 한명 뿐이었다.

연재 기사를 쓰는 동안 함께 사건 자료를 정리하며 도와준 시민활동가 단디(가명)씨는 “이런 사건에서는 아동들도 어떤 부분에서는 피해자 같다. 확증편향에 물든 어른들로 인해 아동학대가 없었는데도 아동학대를 당한 왜곡된 기억을 갖게 되었으니… 정서적 아동학대는 결국 부모가 저지른 셈이지 않나? 부모들과 수사기관, 재판부를 보면 분노가 치미는데 아동들만 떼어내어 생각해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맥마틴유치원 사건과 ‘장구핀’아동학대 누명사건 모두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교사에게는 누명을, 아이들에게는 왜곡된 기억을 심어 주었다.

 

제5화. ‘장구핀’아동학대 누명사건…무죄를 주장한 죄

제4화. ‘장구핀’아동학대 누명사건…아동의 진술을 오염시킨 사람들

제3화. ‘장구핀’아동학대 누명사건…부실수사만 아니었어도

제2화. ‘장구핀’아동학대 누명사건…객관적 근거 부실한 진단서 남발

제1화. 부산어린이집 교사 ‘장구핀 아동학대’ 누명사건…끝나지 않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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