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앙상블 나래디보체는 2023년 11월 9일 대전예술의 전당 앙상블홀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선보였다.

이 오페라는 프랑스작가 보마르셰(1732~1799)의 연극 작품이 음악가 모차르트에게 영감을 주어 다 폰테의 각색을 거쳐 나타난 작품이다. 보마르셰의 자유와 평등이념에 멋진 사랑의 드라마로 표현하여,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잘 표현해주고 있어, 25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미래와 관련하여 보편적인 주제를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나래디보체의 정기연주회에서는 앙상블홀의 무대 위에서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가, 무대 아래서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작품의 내용을 잘 전달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에는 주요 배역으로 피가로역에 바리톤 성승욱, 수잔나역에 소프라노 김누리, 알마비바 백작역에 바리톤 한정현, 백작부인역에 소프라노 오예은, 케루비노역에 소프라노 김윤희 배우들이 등장했다. 조연 배우로 마르첼리나역에 메조 소프라노 홍현진, 바르톨로역에 베이스 이원섭, 바질리오역에 테너 임민우, 돈 크루지와와 안토니오역에 바리톤 우제영 배우가 등장했다. 1시간 30분 동안 휴식없이 진행된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의 연기에 관객 모두가 숨을 죽이면서 몰두하던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이 작품의 특징은 모차르트의 평등사상에 따라 주인공들 뿐만아니라 모든 배역들에게 골고루 주요 아리아를 분배하여, 이 작품의 아리아는 골고루 훌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자에게 강력하게 전달된 아리라를 소개하면, 백작이 초야권 행사를 하려는 나쁜 의도를 알고 부르는 피가로의 아리아, ‘백작님, 춤추고 싶다면’에서 분노를 승화시키려고 했다. 백작을 골탕 먹이기 위해 백작보인과 수잔나가 함께 편지를 쓰면서 부르는 ‘편지이중창’은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명장면을 떠올리게했다. 감옥에서 죄수들은 이탈리아 여자들이 부르는 가사의 내용을 모르지만, 이 아리아를 들으면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자유를 느끼는 모습에서 음악이 주는 자유를 잘 표현했다.

백작부인의 아리아 ‘사랑을 주소서’에서 “내 귀한 그이를 돌려주소서, 아니라면 죽게라도 해주오.”라는 가사가 울려왔고, 오페라의 마지막 부분에서 백작은 부인 앞에 무릎을 꿇고 “미안하오, 부인, 미안하오, 미안하오.”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했다. 침묵을 깨고 백작 부인은 “저는 훨씬 더 다정해요. 그리고 제 대답은 ‘좋아요’예요.”라고 노래할 때, 무대 아래에서 오케스트라 음악은 부드럽게 음이 높아졌다 다시 낮아지면서 상대방을 어루만지듯 표현했다. 백작은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부인을 순수하게 사랑했던 린도르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감정의 순화를 느낄 수 있었다.

모차르트 음악을 사랑하는 90세 넘은 목사님이 몰두하시면서 관람하는 모습, 오페라가 끝나고 로비에서 여러 관람객과 대화하면서 이 작품에서 재미있었던 면들과 이해도가 깊어졌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서 이번 오페라가 매우 성공적임을 알았다. 나래디보체의 창단연주회였던 ‘신데렐라’, 2회 ‘세비야의 이발사’를 관람했던 필자는 이번 연주회를 통해 나래디보체가 안정기에 돌입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민들이 지쳐가고 있을 때, 오페라 공연은 그들의 마음에 위로를 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을 줄 수 있다. 이 오페라가 주는 평등과 자유, 사랑의 내용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다. 이번 공연에서 나래디보체가 이러한 보편적인 내용을 잘 표현해주었다고 본다. 대전예술의 전당이라는 공간이 있고, 나래디보체라는 앙상블이 있어 시민들이 오페라를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이 도시는 창조적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믿어진다. 대전을 넘어서서 세종, 충청 지역이 함께 변해갈 것을 기대한다. 오페라를 준비하고, 후원한 많은 이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그들의 노고가 보람 있는 일임을 이글에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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