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마음’ 이창인 대표의 서사는 감사예찬으로 시작된다. 우리 삶의 무대를 인간극장이라고 일컫는다. 수많은 군상들이 운집한 문화인류학 보고서의 한 페이지가 될 그(이창인 대표)의 첫 마디는 ‘다 고맙기만 하더라.’

사람으로 태어나 한 세상을 보통사람으로 살다 가는 건 당연시 될 수 없다. 감사와 기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나는 것이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나이들어가는 일상의 이미지를 들자면 미소가 옅어지는 것이다. 마음속의 천진함이 세상의 오염과 타협하면서 미소는 옅어진다.

한파가 몰아치던 날 그 순리를 역행하는 산속의 수행자를 만났다. 이창인 대표, 곧 칠순을 바라보는 이 대표의 미소는 천진한 아이와 닮아 있었다. 원불교에서 27년 심신을 단련한 시간이 주는 저력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태생이 인심 좋고 깨끗한 사람임이 미루어 짐작되었다. 영하 14도의 한파를 무색하게 만든 온기는 그가 안내해준 2평 남짓 황토온돌방의 아랫목이 아닌 그의 몸에 이식(移植)된 미소였다.

그의 인생록 ‘산골 소년 소풍가방’ 이야기

‘좋은마음’에서 특별한 책을 만났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이 대표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책 ‘소풍가방’ 이다. 60페이지를 휘리릭 넘기는 그 책 속에 그의 여정이 담겨있다. 아버지께서 60살에 돌아가셔서 그의 나이 61살에 소풍 같았던 지난 시간의 기억과 추억을 작은 책에 담았다. 호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작은 책. 60년을 돌아보니 지난 시간이 감사로 이어져 왔다는 생각에 방점을 찍게 되었다. 고마운 사람, 고마운 일들을 글로 남겨놓자는 생각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써 내려간 감사예찬록이다.

당신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인지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당신이 얼마나 내게 필요한 사람인지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사랑해요 사랑해요 날 믿고 따라준 사람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왜 이리 눈물이 나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사랑해요 사랑해요 날 믿고 따라준 사람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왜 이리 눈물이 나요

왜 이리 눈물이 나요

그의 애창곡인 ‘별빛 같은 사랑아’의 가슴 뭉클한 가사다. ‘소풍가방’을 읽고 가사를 음미해보면 그의 애창곡인 된 연유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찾을 수 있다.

이 대표의 유년은 결핍투성이였다. 내장산 자락 순창에서 태어나 가난이라는 올가미에 유년시절부터 갇혔지만 그는 올곧은 성정과 뚝심으로 계속 성장했고 ‘좋은마음’ 이라는 마을을 이루었다.

중학교 졸업 후 동네 양조장에서 서기로 근무하면서 세상과 만났고 전화로 막걸리 주문하던 동네 이장님의 따님과 어느 틈에 마음까지 통하는 사이가 되어 스무 살에 결혼이라는 거대한 산과 만났다.

이른 나이에 가장이 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떼었다. 스테인리스 냄비를 판매할 때 백만 불짜리 미소로 고객을 무장해제시키면서 탁월한 실적을 냈다. 지금도 뒷주머니에 꽂고 다니는 빗, 가지런히 머리를 빗고 미소를 지으면서 고객님들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혔던 이 대표.

냄비 하나를 팔아도 온 정성을 다했던 그, 돈도 벌 만큼 벌어보았고 보증으로 큰돈도 잃어보았지만 다시 ‘좋은마음’에 정착해서 욕심 없이 살고 있다. 그저 감사한 일만 남았다고 재차 강조하는 이 대표의 성정이, 혼탁해져가는 세상에 필터 역할로 전혀 부족하지 않다.

(주)좋은마음, 여생(餘生)의 경영 방식도 좋은 마음으로

살면서 누구나 헛된 욕심도 부려보고 뿌린 노력의 씨앗보다 더 많은 것을 취하기를 바란다. 감사의 시간이 줄어들고 세상과 타협하는 과정에 우리는 그저 좋은 마음으로만 살아내기가 어렵다. 누군가 기수가 되어 앞장서야 한다면 이 대표의 행보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2008년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뭐 해서 먹고 살지? 라는 물음과 만나는 접점이 있었다. 흙 파서? 물 팔아서?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물을 팔아서 먹고 사는 건 보기보다 어려웠다. 결론은 흙 파서 살자는 생각으로 황산벌 논산으로 왔다.

처음에는 지금의 자리가 아닌 근방의 폐교를 빌려서 황토흙을 팠다. 광목에 천연염색을 하고 학교 교실에서 미싱 놓고 바느질해서 베개커버를 만들었다. 복숭아 씨앗을 티벳에서 공수해와 복숭아 씨앗 베개를 팔았다. 농협유통망을 통해 수만 개를 팔면서 돈방석에 앉아 보기도 했다. 냄비 방문 판매하던 실력으로 10만 개를 팔았다.

88,000원짜리 베개를 10만 개, 숫자로 가늠하기도 버거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순전히 노력의 결과였다. 농협유통망은 진입장벽이 높아서 불가능에 도전하는 여건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특유의 성실함과 미소 그리고 정공법으로…….

21살 냄비를 팔던 그 시절의 경험이 농협유통망도 뚫을 수 있었다. 초인종 버튼으로 일면식도 없는 집의 대문을 열고 다시 안채로 들어가 스테인리스 냄비를 팔던 저력을 베개유통에 절묘하게 접목했다. 당시 영업의 달인이던 이 대표의 일화를 잠시 엿보면,

초인종 넘어 “누구세요?” 첫 번째 벽이다. “사모님, 저예요.” 너무나 친근한 말투다. 마치 오랫동안 알던 사람처럼.

대문의 큰 빗장이 열렸다. 선한 미소를 연습하고 머리를 가지런히 빗으며 마당을 가로질러 안채에 이른다. 이미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 사이 그 집의 칭찬 거리 하나를 찾았다.

마당에 핀 꽃들이 그날의 ‘칭찬도마’ 위에 올려질 녀석들이다.

“사모님 꽃들이 너무 예쁘네요.”로 화제를 이끌어 내면서 사모님 마음의 빗장까지, 철옹성 같던 두 개의 빗장을 열어젖혔다.

그 순발력과 선한 미소, 구수한 말씨로 농협의 유통망도 뚫었다.

큰돈을 벌면서 돈이라는 생물의 속성을 여과 없이 보게 되는 시점이 그에게 도래했다. 큰돈에는 크고 작은 잡음이 일기 마련이다.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며 인간군상의 모습을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와 조우하게 된다. 그 조우가 연결고리가 되어 지금의 편백나무 숲으로 터전을 옮기게 됐다.

작정하지 않은 여정, 순리에 따르다 보니 여기까지

그가 돈을 벌고 어깨를 폈을 때 다시 빚 때문에 어깨가 굽은 낯선 이가 찾아왔다. 빚을 갚아야 하는데 산이 담보의 전부라 간청을 한다. 간절한 마음이 엿보여 5만 평 가까이 되는 산을 사고 ‘좋은마음’을 열었다. 아직 날것의 자연이 그대로인 병풍 같은 편백나무 숲에 둥지를 틀었다. ‘좋은마음’은 오고 가는 사람들이 좋은 마음으로 와서 머물고 다시 좋은 마음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이창인 대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방문객은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황토방이 먼저 객들을 반긴다. 먼저 온 사람이 온기를 누릴 수 있다.

간간이 지금의 ‘좋은마음’ 마을이 오래전 꿈이었는지 묻는 이가 있다. 그는 아니라고 즉답을 한다. 작정하고 여기까지 오지 않았으며 하루 선하게 살고 감사하며 다음 날도 그 마음을 계속 이어왔더니 지금 여기에 안착했다고 한다.

누군가를 돕는 마음으로 시작해 이 산에 들어와 하나하나 설치하고 가꾸다 보니 ‘좋은마음’ 마을이 만들어졌다. 그는 항상 행복하다. 작위적이지 않고 그 마음에 순수함만 있다. 축복과 행복을 계산하다 보니 ‘행복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축복도 계산하고 행복도 잣대로 재는 서글픈 시대, 행복과 축복을 저울로 재는 순간부터 우리는 불행과 좀 더 가까워진다.

‘좋은마음’에 들어와서 편백나무 염색을 시작하다 보니 세상은 급변하면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매장중심형에서 온라인유통으로 이동하는 시점이 왔다. 사업은 판도가 바뀌고 적응하는 힘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서 사업은 곤두박질쳤다. 직원들도 가족 같은 마음으로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표방했지만 수십억을 잃고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물론 그 시점이 인생의 종착역이 되지 않았다. 인생의 곡선이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큰돈도 벌고 순간에 돈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지금의 그는 ‘좋은마음’의 주인장으로 많은 이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여전히 산골 소년, 우리의 소풍길에 문고리 같은 사람

좋은 마음에 오면 다들 산골 소년으로 마음이 견인된다. 소풍 온 날이다. 외연은 숲속의 힐링센터, 숙박 카페 글램핑장 식당 편백산책로 등의 구성이 휴식하기엔 그만이다. 주차장 입구의 인공폭포 이름도 어진폭포다. 이름의 의미를 굳이 따져 묻지 않아도 ‘어질게 살라’는 좋은 마음이 내포돼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산 아래 자연숲이 내려다보이는 뷰를 자랑하는 캠핑장도 눈에 띄는 시설이다. 포장은 천막이지만 문을 열면 편백나무 향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다. 덤으로 황토방까지 구색을 갖췄다. 사계절이 다 좋지만 한파 속 겨울철 휴식에 두 배의 감동이 있다.

숲속 길목마다 좋은 마음 글귀를 담은 이정표가 사람들을 안내한다.

‘모든 일은 참 잘된 일입니다.’

‘꽃에서만 향기가 나지 않고 인연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당신이 참 좋은 사람이기에 내 마음에도 좋은 향기가 퍼져옵니다.’

결국, 좋은 마음이 좋은 사람을 낳고 다시 좋은 마음을 나눈다. 인류애의 선순환에 기여하는 숲속의 수행자 이창인 대표. 한파도 두렵지 않을 2평짜리 황토온돌방 하나면 겨울나기에 부족함이 없다. 눈 덮인 설국의 숲에서 만난 이창인 대표, 온 산이 진달래로 물들 봄날의 ‘좋은마음’에서도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한 소년의 얼굴이 있다.

다 비우고 채우는 방법, 계산하지 않고 행복해지는 길, 감사예찬으로 희망가를 부를 수 있는 숲. 그 모든 길은 ‘좋은마음’으로 통한다. 그 길의 안내는 울타리 없는 휴식처, ’좋은마음‘의 파수꾼 산골 소년이 그 몫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더불어 감사와 희망을 연결하는 문고리 역할까지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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