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현대 문명의 근본이고 우리가 이어가야 할 소중한 가치
전통장은 기다림의 미학으로 만들어진 결과물
엄마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마음이 전통장의 정신이다.

한국저널리스트대학 전통장발효학 교수 김회수 名人
한국저널리스트대학 전통장발효학 교수 김회수 名人

전통(傳統)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이라고 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장은 기고문에서 "현대 문명의 근본이고 우리가 이어가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했다.

전통장의 정신(精神)은 엄마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때, 몸에 좋게 만듦과 동시에 몸에 해로운 것을 빼는 마음이 그것이다. 좋은콩을 쓰기위해 재배하는 것부터 남다른 마음으로 콩을 심었고, 힘들어도 농약 대신 호맹이(호미의 방언)로 풀을 맸다. 그래서 전통장은 발효가 남다르고 품질에서 우수해야 하며, 화학첨가제 등을 쓰지 않는 등 몸에 해로운 성분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 전통장의 콩 사용법

장(醬)을 만들때 많이 사용하는 원재료가 콩인데 전통장을 만드는 용도라면 좋은 콩을 사용해야 한다.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콩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메주나 된장, 간장, 청국장을 만들때 유전자 변형이 되지 않은 정부에서 보급하고 있는 품종으로 재배된 콩을 사용해야 한다. 경영적인 측면에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입콩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전통장을 만든다면 그 정신에 입각(立脚)하여 원가가 높더라도 우리 품종의 콩을 써야한다. 장류제조용으로는 대원, 대풍, 선풍, 대찬 등이 있는데 지역별로 품종이나 명칭이 다를 수도 있다. 최근엔 장류제조용 품종을 벗어나 두부용이나 콩나물용으로도 장을 만들기도 한다. 콩의 품종이 선택되었다면 그 다음은 콩을 꼼꼼히 선별해서 좋은 콩으로 사용해야 한다. 대부분 선별기를 사용하지만 깨진 콩, 벌레먹은 콩, 부패된 콩 등이 모두 선별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수작업을 통해 완벽한 선별이 있어야 한다. 좋지 않은 일부 콩으로 인해 발효 또는 전통장의 품질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끊임없는 발효기술 연구와 발전

장류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원시농경시대부터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는 가운데 최초의 문헌 기록은 신문왕 3년(683) 왕비 폐백 품목인 쌀, 술, 기름, 꿀, 장, 시, 해, 포 중에서 장(醬)과 시(豉)가 '삼국사기'에서 발견되었으나 이름만 명시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재료나 제조법은 기록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형태를 알 수 없었고, 1450년 조선시대에 발간된 '산가요록'에서 장의 제조법과 종류의 기록이 발견되었다.

'산가요록'에 의하면 말장(덩어리메주) 제조법으로 "1~2월 중 콩을 불지 않게 삶아 찧어 덩어리를 만들어 단단하게 말린 후 가마니에 담아 풀로 묶는데 볏짚을 깔고 메주를 겹치지 않게 늘어놓거나 볏짚을 두껍게 덮어 7~15일간 훈증하여 하얗게 띄운 것을 반을 쪼개어 볕에 말린 후 다시 가마니에 담아 띄워 이것을 햇볕에 말려 사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시(豉, 콩알메주)는 "7월에 콩을 푹 쪄서 익힌 후에 띄울 때는 쑥잎, 닥나무잎, 붉나무잎 등으로 덮어 놓았다가 2주일 후 꺼내 볕에 말려 사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누르게 증숙하여 말장을 만든다"고 되어있고, '전국장'은 "대두를 볶아 빛이 누렇게 되면 갈아서 반으로 쪼개어 삶은 후 꺼내어 자루에 넣고 따뜻한 곳에 두면서 썩기를 기다렸다가 소금 달인 물과 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수운잡방'에서는 "콩을 삶은 후 밀기울과 섞어 찧어 덩어리 메주를 만들어 쑥잎, 닥잎, 붉나무잎 등으로 덮어 띄운 후 볕에 말려 가루로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고, '주방문'에서는 밀기울 대신 술찌끼를 첨가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밀기울을 첨가하여 만든 메주를 사용하여 만든 장을 '기화장' 또는 '즙장'이라고 하는데 '기화장'은 기화장용 메주를 띄운 후 가루로 하여 소금물과 합하여 독에 담은 후 '마분'에 묻어 마분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여 익힌 것이다.

'구황촬요', '치생요람', '주방문'에서는 메주 대신 누룩과 소금을 첨가하고, 마분 대신 항아리에 담아 따뜻한 곳에서 익히는 방법을 기록하고 있다. '주방문'의 '왜장'은 콩, 누룩, 소금을 함께 섞은 후 찧는 과정이 추가되었고, 항아리를 양지쪽에 두는 대신 더운 방에 두었다.

장 담그는 날, 장 간수법 등에 대해서도 기록이 있는데, 장 담그는 날이 정묘일과 모든 길신일, 만평정성수개일로 되어 있고, 메주를 만드는 시기로는, 1~2월, 7월이며, 합장할 때 참기름 깻묵을 익혀 찧어서 두껍게 깔면 항아리 입구에 벌레가 없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매월 초 8일과 23일에 담그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으며, 장을 담글 때 여름에 구더기가 생기기 쉬우니 단단히 싸 덮어 두어야 한다는 기록도 있다. 또한, 담밑 북쪽을 향하여 말을 하지 않고 담그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으며, 삼복에 장을 담글때는 바곳뿌리를 잘라서 4조각을 항아리 바닥에 넣거나, 또는 겨자가루를 뿌린다고 했다.

우리 선조들의 장 담그는 법이 현재의 관점에선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부족한것이 많았던 그 당시엔 최고의 발효기술이었을 것이고 다양한 방법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다 더 좋은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장을 만들기 위해 선조들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계승발전해 왔고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을 필자가 전통장을 연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동안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물을 사용할 것인지, 어떤 소금을 사용할 것인지도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없는것이 없고,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초과학적인 시대에 살고 있으며, 장(醬)을 만드는 기술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전통장도 지속적인 발효기술 연구가 필요하겠다. '전통방식'이라는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둬두는 것은 옳지 않다.

김회수 名人이 개발한 전통장 전용 발효장치
김회수 名人이 개발한 전통장 전용 발효장치

▷ 화학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전통장의 정신은 엄마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마음이라고 했다. 좋은 식재료를 골라 썼고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보다는 단맛을 내는 식재료를 이용했다. 향을 내기 위해서도 산천초목(山川草木)의 식재료를 활용했으며, 몸에 좋은 음식을 위해서도 약초 등을 사용하여 달이고 졸여 사용했다. 물론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힘도 들었다.

화학적 가공 과정을 통해 원하는 맛과 향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전통장이라면 화학적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전통장으로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니 말이다.

▷ 아플라톡신 등의 독소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발효는, 사전적으로 부패를 포함하고 있으며, 발효는, 인간에게 유익한 상태로 만들어진 것이고, 부패는 인간에게 유해한 상태로 만들어진 것으로 구별하고 있으며, 전통장 발효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것이 '부패방지'이다. 특히, 원재료에서의 부패 또는 발효과정에서의 온도조절실패 등으로 인해 아플라톡신 등의 독소가 만들어지는 것은 철저히 통제되어야 한다. 

▷ 과하지 않아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많은 양을 사용하거나 오래 복용할 경우 몸에 해를 가하게 되므로 적당히 잘 사용해야 한다. 욕심도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특히, 약초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 기다림의 미학이다.

전통장은 '기다림의 미학'으로 만들어진 결과이다. 빨리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과정을 생략할 수도 없다. 흉내는 낼 수 있으나 전통장 고유의 맛과 향, 그리고 정성은 흉내로 만들 수 있는것이 아니다. 재료의 종류와 비율, 온도, 시간, 미생물이 과학적으로 융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 전통장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전통장은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이것이 전통장에 대한 철학(哲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라는 광고문구가 진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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