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를 통해 보는 일본이야기 /한국전통음식학술연구소 한지 姜信英 대표

뒷북치는 아날로그형 사무라이 감성

전세계가 앞다투어 AI 개발 선점과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IT기술 혁신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여전히 아날로그형 사무라이 감성에 젖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이는 마치 에도시대(江戶時代) 말기 서양열강이 증기선에다 대포 등 신식무기로 무장한채 개항을 요구했음에도 여전히 천황을 정점으로 한 전근대적인 세계관에 매몰되어 세상돌아가는 이치를 무시하고 사무라이정신으로 대항하려고 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1970-80년대 NEC, 소니, 도요타 등 세계를 석권한 반도체산업과 자동차산업을 발판으로 미국을 뛰어넘을 기세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던 모습은 2000년대 들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지 오래이다. GAFA로 대변되는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IT혁신을 주도하고 중국도 G2로의 도약을 목표로 5G 발전을 발빠르게 선도해 가고 있지만 일본기업들은 과거의 영화를 뒤로한채 좀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후진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공공기관이 재택근무 실시에 난색을 표한 것은 직원들이 출근해서 도장을 찍어야하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일반기업들도 예외가 아닌데 실제로 대기업 간부들도 출근 도장을 찍기위해 사무실에 나갔다고 한다. 게다가 정부가 국민들에게 지원하는 「정액급부금」(우리의 재난지원금에 해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전산 시스템이 미비되어 수령에 최대 수개월이 걸리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집계를 팩스로 일일이 전송하는 장면은 이제 보도거리가 되지도 않는다. 일본의 아날로그 감성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에 위치한 유명 잡화 체인점인 도쿄핸즈에는 최근 카세트플레이어와 카세트테이프 전문점이 새로이 문을 열었는데 주로 1970-90년대에 출시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구닥다리 라디오 및 카세트 플레이어가 한달에 20대 가량 판매되고 있고 카세트 테이프는 한달에 천개정도 팔리고 있다고 한다. 도장문화도 일본을 얘기할 때 빼놓을수 없는데 일본의 도장문화는 근대역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1870년 메이지정부는 개혁조치로서 이전까지는 성(姓)을 갖지못했던 일반 국민도 성을 가질수 있도록 했고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국민에게 규격화된 도장을 등록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개인간 거래 혹은 계약은 반드시 도장이 날인된 것만을 인정했는데 아직도 이러한 관습은 곳곳에 뿌리깊게 남아 있다. 아직도 도장을 사용하고 있냐고 반문할 터이지만 일본의 도장문화도 현재진행형이다. 야마나시현(山梨縣) 로쿠고쵸(六鄕町)에는 메이지시대(明治時代)부터 창업한 도장공방이 있으며, 한때 백명을 넘던 도장 장인들이 절반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아직도 성업중에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도장을 대체하기위해 전자서명과 공인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일본인들은 여전히 도장을 본인 확인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관공서에서는 서류 결재란에 도장을 날인하는 관행이 남아있다. 필자는 수년전 일본의 은행에서 신규계좌를 개설할 때 은행 직원의 요구로 도장을 제출한 적이 있었다. 필자의 도장을 건네받은 창구여직원이 마치 신주단지 받드는 식으로 조심스레 트레이에 담아서 상관에게 결재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직도 도장을 없애지 못하는 이유는 업무매뉴얼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꼼꼼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요즘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도장 날인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는 맞지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택배를 수령할 경우에는 자필서명을 인정하지 않고 반드시 도장을 날인받은후 고객에게 물품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2021년 쿠팡이 일본에 진출했지만 검토단계에서 주저했던 것은 한국과는 다른 일본인들의 택배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이를테면 일본의 경우에는 택배물건을 수령할 때 반드시 주문자에게 전달하는 대면수령이 원칙이고 수령확인과정을 거치게 되어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우리처럼 비대면으로 아파트 현관문 앞에 배송품을 두고 가는 것은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이유였다. 한편 일본 정부는 대내외의 디지털분야 후진성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2021년 9월 사회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목표로 「디지털청」을 야심차게 출범시켰으나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청」주도로 공직사회의 IT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으나 아직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장문화와 팩스를 이용한 업무처리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일본이 디지털 후진국에서 탈피하겠다며 2016년 도입한 제도로,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마이넘버카드」제도는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2023년 6월 기준 70%정도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를 교부하기 시작한지 7년이 지났는데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하던 보급률이 다양한 유인책과 보조금을 통해 70%에 도달했으나 아직도 30%가까운 국민들이 등록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이유를 구실로 신청을 거부하는 국민들이 있는데 정부가 카드 보급에 우리돈으로 17조원을 투입했기 때문에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본의 디지털후진성을 상징하는 사례는 더 있다. 2022년 8월 기시다 총리가 코로나19 확진으로 재택근무중 비대면 내외신 기자회견을 마련했었는데 여기에서도 일본의 IT 수준이 여지없이 노출되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은 일반기업의 화상회의와 유사하게 각자의 컴퓨터를 통해 질의응답하는 것으로 예상했으나 총리관저에 설치된 모니터 주변에 기자들이 도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됨으로써 참석한 기자들을 당황케했다는 후문이다. 답답한 업무처리 방식은 정부부처 뿐만이 아니다. 2022년말 도쿄에서 안과병원을 찾은 한국인이 건강보험증의 기능이 포함된「마이넘버카드」를 제시하자 간호사는「마이넘버카드」가 있어도 종이로 된 건강보험증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한사코 보험증 제시를 요구해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민관의 디지털 혁신작업을 총지휘하는 고노 타로(河野 太郎) 디지털담당상은 당시 자신의 트위트에 “플로피디스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를 본 국민들은 다른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용도폐기된 것을 이제야 폐기한다고 뒷북친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본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하고 있음이 드러나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2022년 4월 야마구치현(山口懸)의 어느 지자체 직원이 마을 주민들에게 지급할 재난지원금 송금자 명단을 저장한 매체가 플로피디스크였음이 밝혀져 화제가 되었다. 대용량에다 편리한 저장매체가 많이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아직도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쉽게 수긍이 되지않는 대목이다. 일본 중부지방의 아이치현(愛知縣) 아마시(あま市)에는 워드프로세서 판매·수리점이 운영중인데 전국에서 2,500명 이상의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들은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적고 플로피디스크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점포를 이용하고 있는데 워드프로세서가 생겨난게 30년전으로 PC로 옮겨간 고객도 많이 있으나 새로운 기술이 익숙하지 않아 당시 사용하던 연령층이 예전의 워드프로세서를 찾아 일부러 구매하러 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의식해서인지 2023년 5월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에서 플로피디스크로 정보제공을 하는 행정절차를 개선하는 등의 개혁을 2년안에 진행하겠다고 답변했으나 행정기관과 산업 현장 등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플로피디스크 사용이 여전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2022년 각국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일본은 평가대상 63개국중 29위를 차지해 8위를 기록한 우리와는 격차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 1980년대 일본이 2차대전 패전에서 털고 일어나 글로벌 기술혁신을 주도하면서 세계 자동차 및 전자제품시장을 석권하던 시대가 있었다. 당시 세계적인 석학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학 교수는 「세계제일 일본」(Japan As Number One)이라고 극찬을 했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을 당시에는 미국에서도 따라배워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겨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과거 일본의 영화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으며, 1990대년초 버블이 붕괴된이후 어느새 잃어버린 30년을 넘어서게 되었다. 팩스와 도장으로 상징되어온 아날로그 감성에서 탈피하기위해 「디지털청」을 신설하면서까지 변화와 혁신에 몸부림치고 있지만 겉으로만 흉내를 내고 있을뿐 실질적인 변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일본사회와 일본국민은 변화와 쇄신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그것은 도장 등 전통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 가령 도장을 없애는데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일본 국민들에게 문의한 결과 “도장은 일본의 전통문화인데 어떻게 없앨수 있나”하는 답변이 되돌아 왔다고 한다. 이에서 알수 있듯이 일본인들은 도장을 단순한 결재수단이나 증명용 날인도구로 여기는 것이 아닌 일본이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할 전통과 문화의 영역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전일본도장협회(全日本圖章協會)가 여론을 등에 업고 도장 폐지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의 아날로그감성은 여기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금 철지난 얘기지만 주판에 관한 일화도 예외는 아니다. 전자계산기의 등장과 더불어 쓸모가 없어진 주판을 놓고서도 폐기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 전자회사 샤프(SHARP)는 주판과 계산기 두가지의 기능을 겸비한 상품을 개발해 시판하였다. 「소로카리」(そろばん電卓)라는 제품인데 더욱 놀라운 것은 야후재팬을 통해 검색하면 2022년 최신판 제품도 판매중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판이 자취를 감춘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주산을 가르치고 있으며 주택가에서도 주산학원을 발견할수 있고 전국적으로 그 숫자가 15,000여개에 이른다. 지금도 전국 규모 주산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어 각지에서 학생들이 참가를 위해 줄을 잇고 있다. 이따금 시골동네 슈퍼에서는 주인이 주판으로 상품가격을 꼼꼼히 계산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2010년 제작된 「무사의 가계부」(武士の家計簿)는 에도시대 카가번(加賀藩)에서 회계를 담당했던 하급 사무라이의 삶을 묘사한 영화이다. 주인공은 뛰어난 주산 실력을 바탕으로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칼로서 백성을 다스리는 사무라이가 칼 대신 주산실력으로 다이묘(大名)의 인정을 받는 장면이 이채롭다. 극중에서 주인공의 아들도 처음에는 사무라이에 어울리지않는 일을 하는 부친에 대한 반발심으로 진로에 갈등을 겪었으나 결국에는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같은 길을 걷게 된다. 대대로 가업을 잇는 유구한 전통이 오늘날 전자계산기가 발명되었음에도 주판을 버리지 못하고 문화유산으로 지키려는 형태로 나타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무라이와 주판을 얘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이 있는데 다름아닌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 榮一)이다. 그는 에도시대 말기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근대 일본 자본주의 도입의 설계자로 변신한 인물이다. 주목할 점은 그가 2024년 새롭게 발행될 1만엔권 신지폐에 현재의 후쿠자와 유기치(福澤 諭吉)를 대신해 초상인물로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에이이치는 「논어와 주판」(論語と算盤)이라는 책을 저술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는 이책에서 사무라이정신을 몸에 익히는데 있어 공자의 가르침이 필요하고 경제력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가게에서 사용중인 주판(출처: 픽사베이)

에이이치는 500여개의 각종 기업 설립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는데 그가 언급한 경제력은 주판을 비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에이이치가 새로운 1만엔권 초상인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최근들어 일본 언론들은 앞다투어 그의 일생을 재조명하고 있으며 서점가에서는 출판붐이 일고 있다. 수년전 사카모토 료마(坂本 龍馬)가 탄생 150주년을 맞아 료마 신드롬이 일본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는데 그당시에 못지않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공영방송 NHK는 에이이치의 일대기를 다룬 대하드라마를 2021년 2월부터 주말 황금시간대에 방영했는데 정부의 입김이 센 NHK가 에이이치 붐 조성에 뛰어든 것은 일본이 과거의 영화를 뒤로한채 잃어버린 30년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인적인 기업가정신으로 근대 일본을 디자인한 인물을 재조명함으로써 침체된 사회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본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속에 내재된 아날로그 감성이 없어지지 않는한 혁신 분위기 조성은 쉽지않은 일이다. 종이사용 문화에 대한 집착도 일본의 후진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전자정부분야 평가에서 한국은 세계 톱클래스 수준인데 반해 일본은 여전히 10위권으로 뒤쳐져있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놀라는 것은 아직도 팩스가 일상생활에서 전송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는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스마트폰 저장매체에 저장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종이가 사용되었다. 필자는 일본에서 종이문화에 대해 특이한 경험을 한적이 있었다. 수년전 일본 최대 은행중 하나인 미스이스미토모은행(三井住友銀行)창구에서 이체업무를 신청했는데 담당 직원이 전표를 주면서 송금자와 송금액수, 수령인 등 상세내용을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은행 직원들은 매뉴얼에 정해진 대로 기입내용을 꼼꼼하게 체크한다는 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기에 관련내용을 빠짐없이 적어 해당직원에게 제출했다. 다만, 기입내용중 오기(誤記)한 부분이 있어 두줄을 긋고 수정한 후 제출했는데 전표를 유심히본 살펴본 직원은 아니나 다를까 “수정한 부분이 있을 경우 새전표에 처음부터 다시 기입해야 한다”면서 수고스럽지만 재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필자는 “잘못 기입한 내용만 수정하면 되는데 전체내용을 재작성할 필요가 있냐”고 따졌지만 업무매뉴얼상 어쩔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은행에서 창구직원과 고객간 민원이 발생할 경우 통상적으로는 상급직원이 양해를 구하면서 고객을 달래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은행에서 정한 규정임을 내세워 거래를 거부당할수도 있으므로 시키는 대로 재작성해서 제출한 적이 있는데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매사에 일처리를 빈틈없이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점에서는 배워야할 태도일지 모르나 요즘과 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또한 공항 입출국 과정에서 종이 문서로 업무를 처리하는 관행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당시 일본을 방문했던 여행자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지만 입관 당국이 방역수칙을 이유로 과도하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일본인들은 물론 입국자들의 안전을 위해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여타 각국에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은 서류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답답한 일처리를 보면서 일본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오늘날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화시대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가 하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일본인들의 종이사랑은 이런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의 신문 발행부수는 2020년 기준으로 약 3,500만부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세계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이다. 일본의 편의점을 이용한 사람들은 알수 있듯이 내부에 들어서면 출입문 옆 진열대에는 신문을 비롯하여 잡지, 만화, 소설 등 책자와 각종 인쇄물을 볼수 있는데 우리와는 다른 풍경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웹툰 만화가 판을 치는 세상인데도 일본에서는 만화책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만화시장 공략을 위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재팬 등 우리 웹툰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데 일본인들의 특성을 감안해 웹툰만화와 더불어 종이만화책도 출간해 호평을 얻고 있다. 일본인들의 종이사랑은 2021년 독서주간을 맞이한 여론조사에서도 증명되었는데 종이책과 전자책중 기억에 남는 쪽인 어느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4%가 종이책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아날로그 감성은 인간적인 측면도 있어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니며 편리함을 우선하는 현시대와는 뒤떨어진 것이라고 무조건 비판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은행창구 직원들의 융통성없는 업무매뉴얼 적용 태도와 공항입국시 과다한 서류제출 요구와 같은 비효율적인 사안에 대해 정작 일본인들은 오래도록 몸에 밴 이러한 관행에 익숙한지 몰라도 글로벌 기준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1980년대가 일본의 최고 황금기라고 할수 있는데 경제적으로는 그시절의 영광에 도취한 나머지 멈춰버린 경향이 있다면서 1990년대 이후 침체가 가속화되는 와중에 일본인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발을 내딛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이러한 문제점을 일본언론도 그다지 지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와중에도 일본의 후진적인 IT 시스템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인사도 있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柳井 正) 회장은 “팩스에 의존해온 코로나19 관리체제가 일본을 망치고 있다”면서 더 이상 혁신을 거부한다면 일본은 일층 글로벌 경쟁에서 멀어져갈 것이라고 일갈했는데 곰곰이 되짚어 보아야할 대목이다. 

한국저널리스트대학교육원 일본교수회 / 강신영(姜信英 ) 부학장
한국저널리스트대학교육원 일본교수회 / 강신영(姜信英 ) 부학장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